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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시대, 실질적인 교육 개혁을 바란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무려 13개 시·도에서 당선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교육 개혁 열망이 함께 표출된 것이다.

자사고 폐지, 고교 평준화 확대, 대입 제도 개선, 교육 복지 강화, 학교 혁신 보편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진보 교육감이 선거에서 대약진하면서 한국 교육의 지각변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진보 교육 시대’의 관건은 대중 운동의 성장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사진 출처 〈교육희망〉

박근혜 정부와 우파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시도하며 반동적 공세에 나선 것이다. 교총이 선거 직후인 5일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9일에는 새누리당이 직선제 폐지를 공론화했다. 이윽고 대통령 산하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12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잠정 정했다고 한다.

우파들은 교육감 선거가 “정치 선거”로 변질됐으므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위선을 떨며 이데올로기·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공세는 교육 정책과 제도 개선 압력에 맞서는 한편, 진보 교육감을 길들이려는 것이다. 실제로, 7월 1일에 취임하는 진보 교육감들이 공약을 이행하려 하면 교육부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쟁점들이 많다.

자사고

1차 관문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올해 출범 4~5년을 맞는 자사고의 재지정 여부가 곧 평가를 거쳐 8~9월에 결정된다. 자사고의 지정·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취소할 때는 교육부와 사전에 협의하게 돼 있지만 말이다.)

전체 자사고 49곳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있으니만큼 서울 지역의 자사고 재지정 여부가 초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당선자의 자사고 정책은 다소 모호하다. 자사고 폐지를 분명히 주장하지 않고 엄격한 평가 실시 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 당선자는 자사고 평가에 새 평가지표(‘일반고 영향력 평가’ 지표)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서울시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를 단 하나라도 지정 취소한다면 교육부와 정치적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파는 이를 정치적 집결의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이미 우파 단체들이 세월호 참사에 항의해 박근혜 퇴진 선언을 한 교사 1백23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우파 언론들은 이데올로기 공격을 퍼붓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런 공세에 굴하지 않고 진보적 목소리를 올곧게 내야 한다. 그리고 교육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교육 개악을 비판한다면 교육 개혁을 위한 촉매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은 재정과 이데올로기적 압력 등을 가해 진보 교육감을 압박해 개혁을 후퇴시키고 좌초시키려 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래로부터 대중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 한 진보 교육감은 중앙 정부와 검찰, 사법부 등 국가 기구와 자본가, 보수 언론 등의 보수적 압력에 휘둘리기 쉽다.

촉매제

따라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이 진정 ‘진보 교육 시대’로 이어지려면, 관건은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중앙 정부나 시·도지사-교육청의 “원만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개혁을 위한 대중 운동이 성장하는 것이다.

세월호 정국을 거치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고, 지난해부터 노동운동이 살아나고 있는 것은 교육 개혁을 위한 대중 운동의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자신감과 투지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경제 위기로 박근혜 정부는 복지를 삭감하고 노동계급에 대한 전반적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이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지배계급은 교육제도에 대한 통제를 훨씬 더 강화하려 한다. 교과서 국정화·전교조 불법화 시도는 그 일환이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시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이 실질적 교육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교육의 정치 중립’ 이데올로기를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 활동가들은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쟁점을 노동계급적 관점에서 더 선명하게 주장하며 아래로부터 대중 행동을 고무해야 한다. ‘순종하지 않는 교육’,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은 거리와 학교에서 저항이 성장하면서 함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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