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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 인권 침해 항의에 한발 물러선 서울구치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조익진 씨에 대해 부당한 탄압을 자행하던 서울구치소가 당사자인 조 씨와 인권·사회 단체들의 항의에 한 발 물러섰다.

조 씨는 올해 3월부터 성동구치소에서 복역하다가 4월 말 갑작스럽게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성동구치소에서 겪은 강제 항문검사나 일기 검열 등 인권침해에 대해 조 씨가 굽힘 없이 항의하자 부담을 느낀 교정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서울구치소에서도 조 씨에 대한 권리 침해는 계속됐다. 조 씨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항의했다. 1인당 온수 목욕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것, 독거방 수용자에게 제공되는 운동 공간이 너무 비좁고 햇빛을 받는 쪽 벽면이 흰 페인트로 칠해져 눈이 부셔서 운동하기 어려운 것, 초여름인데도 관복 겉옷을 벗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 낮 동안에 벽에 기대 앉거나 바닥에 눕지 못하도록 하는 것 등.

조 씨의 요구에 소측은 면담 결과를 지키지 않는다거나 면담 자체를 거부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참다 못한 조 씨는 어느 날 운동 도중 순시하던 소장 불러 세워 운동 공간 실태를 보여 주며 조처를 요구했다. 그러자 30분 뒤 기동순찰대(CRPT)가 조 씨의 방으로 들이닥쳐 불시 검방을 했다.

조 씨가 항의하자 6월 12일 소측은 “점검을 방해하고 소란을 피웠다”며 조 씨를 조사실에 수용했다. 조 씨는 교도관 6명에게 사지가 들린 채 “개 끌려가듯”이 끌려가던 끝에 탈진했다. 하지만 저들은 의무과에 잠시 쉬어 가게 해 달라는 조 씨의 절박한 호소마저 외면한 채 조사실에 입실시켰다. 조사실은 징벌을 받게 될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수감자들이 임시로 머무르는 곳이다.

구치소와 기동순찰대의 인권 침해와 만행에 항의하며 조 씨는 즉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항의방문

구속노동자후원회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조익진 후원회’(이하 후원회) 등은 단식 6일째였던 17일에 조 씨의 편지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19일 구속노동자후원회와 후원회는 서울구치소 측을 항의 방문했다. 그리고 소장 면담을 요구하고 구치소의 인권 침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알렸다.

이날 항의 방문 직후 조 씨는 조사방에서 풀려나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20일에는 조 씨에 대한 징계가 훈계 수준의 경징계로 결정됐고, 23일에는 보안과장이 조 씨를 찾아와 “조사실 수용 과정에서 과도함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조 씨가 요구한 사항들 가운데 운동장 벽 페인트 시공이 진행됐으며, 낮 시간에 벽에 기대거나 눕는 것이 허가됐다. 관복 겉옷 탈의를 허용하는 것과 1인당 온수 목욕 시간을 늘리는 것에 관해서는 구두 약속을 받아냈다.

여러 연대단체들이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이 구치소 측에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항의 집회에 참가했다 구속된 정진우, 김창건, 안현호 동지가 동조 단식을 한 것도 적잖은 압력이 됐을 것이다.

구치소 측이 미흡하나마 양보하려는 태도를 보임에 따라 조 씨는 24일 아침에 단식을 종료했다. 그러나 재소자 인권 침해의 핵심인 기동순찰대의 만행에 관해서 서울구치소는 뚜렷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6월 24일 구속노동자후원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불교인권위원회, 인권연대, 노동자연대, 전쟁없는세상은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씨에 대한 인권침해에 항의하고 재소자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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