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가 밀어붙이고 있는 강제전출은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민영화·구조조정을 더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호 기사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며 철도노조 전체가 함께 단결해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옳다.
다만, 활동가들의 과제를 다루는 대목에서 ‘노조 중앙이 투쟁 계획을 내놓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 현장에서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고 주장한 것은 부적절했다.
표현상의 애매함은 있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 — 즉, 노조 지도부와는 독립적인 현장 투쟁 — 이 지금 현장의 투사들, 선진 조합원들의 자신감 수준을 가늠해 보건대 그들과 접점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듯하기 때문이다.
물론, 철도노조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는 현장 투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들은 사측의 공세에 어떻게 맞설지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이 곧장 노조 지도부를 뛰어넘을 자신감으로 표출되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3월 강제전출 저지 투쟁 때와는 다른 세력관계가 노동조합 내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노조 지도부를 제쳐두고 독자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주장은 현장의 투사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듯하다. 전술은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와 투지, 자신감 수준, 노조 내 세력관계 등을 알맞게 반영할 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철도노조의 투사들은 지도부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그와 동시에 지도부에 행동을 촉구하는 압력을 조직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을 조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