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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파업: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에 사측이 밀리기 시작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놀라운 용기와 투지를 발휘하며 파업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6주째 삼성 본관 앞은 염호석 열사의 분향소이자, 노동자들의 집이요, 투쟁의 거점이 됐다.

노동자들은 낮에는 한남동 이재용 사옥, 삼성 병원, 신라 호텔 등 삼성과 관련된 모든 곳을 찾아 다니며 일인 시위와 홍보전을 벌였다. 염호석 열사 소식을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해 해외에도 투쟁 소식을 알리고 있다.

이 투쟁을 공중파에서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6월 23일 삼성전자 사장 이인용 면담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인용은 “삼성과 관련된 일로 사회적 물의와 국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하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 조용히 경영 세습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이 지속되면서 삼성그룹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쟁점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런 압력으로 사측은 6월 26일 염호석 열사 명예회복, 폐업센터, 노조 활동 보장, 임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 이전보다 진전된 안을 내놨다. 16일에 ‘최종안’이라며 ‘더는 양보 없다’던 사측이 열흘 만에 또 다시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한 것이다.

여기서 사측은, 염호석 열사와 관련해 “애도, 유감,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담아 “원청이 보도 자료를 내”기로 했다. 또, 폐업센터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가급적 2개월 이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원을 우선 고용”하고 “[폐업센터] 신설 이전에는 합의체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인근업체 제휴인력으로 근무”하기로 했다. 노조 사무실을 사측이 지원하고(1억 원), 노조 전임자 9명을 두기로 했다. 임금은 “기본급 120만 원”에 “60건을 초과하는 1건 당 경비를 제외하고 2만5천 원(편차인정)을 지급”하기로 했다. 식대 월 10만 원과 가족수당 최대 6만 원을 신설했다.

26일 노조는 확대쟁대위를 열어서 이 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 안은 노조 활동 보장이나, 폐업센터 고용 승계에 대해 구체적 시한을 정한 점, 고정급(기본급)을 마련한 점 등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재의 낮은 임금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 염호석 열사의 죽음에 핵심적 책임이 있는 양산센터 내근팀장에 대한 징계가 명시되지 않은 점, 폐업센터 고용승계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의 단서를 달아놓은 점을 마뜩잖아 하는 듯하다

또, 여전히 사측은 핵심 사항 이외에도 리스차량에 대한 지원 조건 문제, 징계위원회 구성 문제, 장거리 수당 등 단협의 일부 사항에서 양보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최종범 열사 투쟁

그래서 6월 27일 확대쟁대위는 핵심 사항에 대해서 의견 접근을 이뤘더라도 ‘단협이 완전히 마무리 되기 전에는 파업 농성을 풀 수 없다’고 결정했다. 지난 최종범 열사 투쟁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파업을 유지해야 사측이 뒤통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은 임단협이 체결되더라도 “여기서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장에 돌아가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힘을 키워서 내년에 더 따내야 한다” 하고 말한다.

노동자들의 말처럼 이번에 임단협이 체결되더라도 앞으로의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든 이후 투쟁하며 의식과 조직을 성장시켜 왔다. 센터 사장이 하라는 대로 일만 했던 노동자들은 이제 투사가 돼서 동료들과 함께 삼성과 경찰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번 파업과 농성을 거치며 조직은 더 단단해졌다. 이런 점이 이후 현장 투쟁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