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의 대결, 전혀 불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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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인사 참극은 박근혜의 통치 ‘스타일’이 유신적일 뿐, 통치 ‘체제’가 다시금 유신 체제인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우파가 인사청문회나 교육감 직선제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문제 삼는 건 시사적이다.
물론 계급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해지면 절차적 민주주의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대처가 광부 파업에 이긴 후, 노동당 좌파가 장악한 런던 시의회 제도를 폐지해 버렸듯이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계급세력관계는 그때 영국과 크게 다르다. 조직 노동운동의 전투성이 더 강하고, 박근혜의 군색한 대응을 보며 노동계급의 전반적 분위기도 싸워볼 만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KBS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전 사장 길환영을 쫓아내며 대중적 지지를 받았다. 승리해 사기도 높다. 또한 의료민영화 반대 파업, 삼성전자서비스와 케이블비정규직 파업, 전교조 조퇴 투쟁 등을 모아 만든 민주노총의 6월말 총궐기도 비교적 기세 좋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 박근혜의 공세에 맞서는 구심은 조직 노동운동, 특히 민주노총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박근혜의 공세는 일방적으로 우파를 강화시키기보다 정치적 양극화를 일으킬 것이다. 즉, 박근혜가 우파의 지지를 동원하려 할수록 저항도 더 거세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 논설위원 김의겸이 ‘투쟁을 자제해야 교육감도 살고 전교조도 산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민주노총은 이미 6월 13일에 개각 전반을 보고 “박근혜 정권은 결국 노동계와는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고 친기업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규정했고, 정홍원이 유임된 26일에는 “이정도 상황이면 … 인사를 포기하든 국정운영을 포기하든 해야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노동운동은 개별 경제 투쟁들을 모아,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 투쟁에 결합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