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불안정성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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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불안정성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상황이 유럽 계급투쟁에 대해 갖는 정치적 함의를 국제사회주의경향 사회주의자들에게서 들었다.
정치 체제의 취약성과 계속되는 급진화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유럽 정치 체제가 취약해졌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프랑스 국민전선 같은 파시스트 정당이나 영국독립당 같은 극우 정당들이 크게 성장했다. 급진좌파 역시 성장했다. 물론 우리는 극우 정당들의 성장을 크게 경계해야 한다.
유럽 정치 체제가 취약해졌다는 것은 경제 위기로 말미암은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위기 국면이 찾아오면 지배계급은 경제 위기에 대처하는 데서 이전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편,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페인에서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와 기존 좌파 정당 좌파연합의 표가 늘어난 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
스페인은 사회운동이 아주 강력한 곳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는 대중이 운동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좌파 정치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아직 선거 정치에 머무르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급진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에서 정치 지형이 왼쪽으로 이동한 것도 스페인에 맞먹는 함의가 있다. 1920년대 이후 아일랜드에서는 전체 득표의 80~90퍼센트를 양대 진영이 독차지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그 세력들은 절반도 채 얻지 못했다.
아일랜드는 경제 위기가 크게 닥친 대표적 나라이지만 스페인·그리스와 달리 그동안 대규모 시위나 파업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계급이 경제 위기에 맞서 싸우지 않고, 스페인·그리스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외라는 식의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아일랜드 선거 결과는 기층에서 전반적 급진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어떤 좌파 정치인지가 중요하다
유럽의회 선거는 또한 좌파가 어떤 정치를 제공하느냐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 줬다.
프랑스에서는 이것이 부정적으로 입증됐다. 좌파전선과 멜랑숑은 2012년 대선에서 선전했지만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그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왼쪽에서 반자본주의 정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스에서는 좌파 정치의 중요성이 좀더 긍정적으로 입증됐다. 2012년 총선에서 시리자가 거의 집권할 뻔했을 때 시작된 좌경화 흐름이 이번에도 유지됐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시리자는 집권 신민당보다 4퍼센트 앞섰고 내년 봄에 정권 교체를 위한 새 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그리스 민중은 왼쪽으로 이동했지만 시리자 지도부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달간 우경화 행보는 더 빨라졌다. 시리자 지도부가 단지 투쟁보다 선거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 아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
과거 시리자는 그리스 부채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시리자의 주요 경제통은 전체 그리스 부채 중 5퍼센트만이 “혐오스러운 부채”로 탕감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95퍼센트 부채를 감당하려면 그리스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긴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시리자가 집권한 뒤 지지층을 배신하면 그리스가 프랑스처럼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아주 현실적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속한 혁명적 반자본주의좌파연합 안타르시아의 구실은 중요하다. 안타르시아는 집권 후 시리자가 취할 행보에 대해서 많은 제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르시아의 성공 역시 유동적이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안타르시아는 13만 표를 얻었고 지방의원도 당선시켰다. 그러나 일주일 뒤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4만 표밖에 못 얻었다. 시리자와 안타르시아를 둘 다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여기에 개입해서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실질적임을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