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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정책 꾸러미 한중FTA 반대한다

7월 초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와 시진핑은 연말까지 한중FTA를 타결하고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체결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한국과 중국이 속도를 내서 한중FTA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점점 나빠지는 경제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14.2퍼센트에 이르던 중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3년에는 7.5퍼센트로 둔화했다. 올해 상반기에 수출이 감소했고, 제조업 경기 하락,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은 중국 경제가 급격하게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과 한국 모두에서 노동계급의 삶에 해를 입힐 한중FTA 두 손 맞잡는 두 나라 지배자들에 맞서 한·중 노동자 공동 이익의 관점에 서야 한다. ⓒ청와대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배자들은 개혁·개방을 강화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금융 시장을 더욱 개방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국유기업에 시장 원리를 확대해 기업들의 돈벌이 공간을 넓히겠다고 한다.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 꼽는 것이 의료 분야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에 의료 시장을 개방하며 의료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시행된 정책만으로도 현실은 극단적이다. 부자들은 VIP 전용 고급 병동을 이용하며 일반 병동의 20배에 이르는 돈을 내고 ‘품격 있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 반면, 별로 돈이 많지 않은 보통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에도 가지 못한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예상할 수 있듯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중FTA를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일본이나 대만보다 한발 앞서 선점”하겠다고 한다.

군침

올해 1~5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1.3퍼센트로, 2013년 8.6퍼센트에 견줘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은 이제 중간재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이 한국과 FTA를 맺고자 하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등을 추진해 왔다. 이에 맞서 중국 지배자들도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FTA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중FTA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태인 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중FTA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그는 또한 미국의 영향을 견제하며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중FTA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듯하다.

한중FTA 반대 목소리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데는 반쯤만 반대하는 이런 모순된 생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경제적·정치적 패권 확대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국가다.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 미국에 맞설 수 있다는 생각은 제국주의 국가 간의 위험한 패권 경쟁에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쯤만 반대

미국과 중국의 지배계급들이 경쟁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 꾸러미인 FTA를 추진하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 한다는 본질을 봐야 한다.

특히, 한중FTA에도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이었던 투자자국가제소제(ISD)가 포함될 계획이다. ‘비관세장벽’과 관련한 규제 완화, 공공서비스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부조달 분야도 협상에 포함됐다.

이런 한중FTA는 중국과 한국 모두에서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의 삶에 해를 입힐 것이다. 한중FTA는 단지 농민들의 이익이 위협받는 문제만이 아니다. 국익의 관점이 아니라 한·중 노동자 공동 이익의 관점에서 한중FTA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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