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0년:
단속추방과 차별로 점철된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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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17일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성공적인 ‘이주 관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 노동운동 진영과 진보 단체들은 모두 이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고용허가제가 법률로 제정된 2003년 8월 이후 지금까지 18명이 단속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올 6월까지 무려 23만 명이 추방됐다. 2003년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과 고용허가제 반대를 내건 명동성당 농성 투쟁은 무려 3백80일 동안 지속됐다.
정부도 인정하듯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해 왔다. 이주노동자 사용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도 기업들이다. 경제 위기에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절반이 매일 10시간 이상 일하고 70퍼센트 가량은 임금이 1백40만 원도 안 될 정도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경제 위기가 닥치자 정부는 고용주들을 위해 고용허가제 노동자 26만여 명의 처지를 더 후퇴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 미적용, 임금에서 숙식비 공제 등의 조처로 임금을 삭감할 수 있게 해 줬다. 제한된 사업장 변경 권리조차 박탈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출국한 후에나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 퇴직금 강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적대감을 부추긴다.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는 것은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해롭다.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싸우는 것은 분열을 막고 서로의 권익이 신장되는 데 일조한다. 최근 대구 건설노조 사례가 대표적이다.(▶ 본지 130호 대구경북건설지부장 인터뷰 기사 참조)
기계가 아니라 사람
정부는 미등록 체류 이주민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며 그들이 사회악이라도 되는 양 비난한다. 그러나 수년 간 체류하며 적응해 온 곳에서 더 머물기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사실 어떤 수단으로도 미등록 체류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 또, 이제 이주노동자들 중에 숙련 노동자층이 생기면서 고용주들도 이들을 필요로 한다. 물론 정부는 이런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영주권이나 국적을 얻을 자격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정주(定住)를 막으려는 정부의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늘고 정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조직화되기 마련이다.
아직 운동의 규모가 크지 않고 조직화 수준도 낮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은 저항에 나설 잠재력을 보여 줬다. 2011년 건설 현장에서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작업 중단으로 고용주의 양보를 얻어 냈다.
지금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다. “우리 뒤에 우리를 지지하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있어 줘야 힘이 난다.” 한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의 말이다.
연대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어 저항에 나설 수 있게 돕는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부채질하는 인종차별을 약화시킬 수 있다.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 자유의 온전한 보장, 결사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운동을 지지하며 연대를 확대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