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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인터뷰:
“노동자들의 머릿속에서 ‘단결’이 중요해졌습니다”

현장에서 파업을 조직하고 있는 대구경북건설지부의 상황을 들었다. 특히 이 노조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에, 이주노동자들과 내국인 노동자들 간에 단결을 추구해 성과를 내고 조직을 확대해 인상적인 연대 투쟁의 모범을 보여 준 바 있다.

이길우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장

7월 22일에 조합원 1천 명이 상경하려고 합니다.

대구 조합원들은 임금, 노동조건 문제로 꾸준히 싸워서 조건을 개선해 왔어요. 그러나 정치 투쟁의 필요성은 아직까지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지난해 5월 1일 메이데이 때 시민단체 대표가 박정희, 박근혜를 비난하는 연설을 하자, 우리 조합원들이 야유를 퍼부어서 집회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경제적인 요구를 내걸고 투쟁해 온 조합원들이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정서도 있고, 평균 55~56세의 사람들이 쉽게 바뀌지는 않죠.

그런데 지난해 메이데이 이후 임금인상 투쟁, 하반기 어용노조 반대 투쟁,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침탈 사건 등을 거치면서 조합원들은 많이 바뀌었어요. ‘이런 문제들이 박근혜 정부와 연결돼 있고,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민주노총이 퇴진을 걸 수밖에 없다’며 1년 동안 조합원들과 붙었어요. 유인물 뿌리고, 조합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 교육하고…. 결국 2014년 5월 1일 대구 집회에 조합원 1천 명이 모였고, 노동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어요.

지난주부터는 총파업을 위한 현장 교육을 다니고 있어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세월호 문제 등을 얘기하면서 적이 누군지, 자본주의와 박근혜 정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합원들의 생각을 바꿔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8년 1월부터 ‘시공참여자 폐지’를 법으로 정한 게 2006년도 대구 총파업, 포항 플랜트 포스코 점거 투쟁으로 얻은 최대의 성과물이에요. 법으로 ‘도급은 불법이니까 하지 마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아직도 건설 현장의 90퍼센트가 불법 하도급 구조예요. 아무리 법제도 개선이 된다 해도 노동자들의 힘으로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대구에서 1998년 노조가 만들어졌지만, 2011년까지는 같은 직종이더라도 공사현장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이 달랐고, 심지어 같은 현장 내에서도 달랐어요.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주며 차등을 뒀고, 특히 팀장들은 더 많이 받으면서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복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요.

비조합원

사측은 투쟁하는 조합원 2백~3백 명에게는 일당 13만 5천 원을 주면서, 비조합원들에게는 11만~12만 원만 줬어요. 그래도 비조합원들은 고용불안 때문에 노조 가입을 못 했어요.

조합원들은 노조에 가입하고 함께 싸우면 인상된 임금을 받는데도 가입을 하지 않는 비조합원들을 조합원들은 ‘바보 노동자’ 취급을 하고 보호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2012년에는 조합원들이 노동자 전체에게 똑같이 임금 인상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며 싸웠어요. 그러면 조합원들은 일당이 1만 원 인상되지만, 비조합원들은 2만 5천 원에서 3만 5천 원까지 인상되니까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도 있었어요.

임금 인상, 8시간 노동은 얻어 내고 있지만, 임금 체불 근절, 산재 해결 등을 얻어 내려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싸워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조합원들이 비조합원들에게 ‘같이 싸우자.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하겠다’며 조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2012년 6월에 파업 시작할 때 조합원이 5백~6백 명으로 불어났고, 14만 8천 원으로 일당 인상을 얻어 냈어요.

그런데 7월 말에 회사들이 신규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일당 14만 원만 주면서, “열심히 싸운 노동자들은 1만 3천 원밖에 인상 안 되고 무임승차한 노동자들이 2만 8천~3만 원 인상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하고 이간질을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다시 파업에 들어가자 일주일 만에 회사들이 무릎을 꿇어서 모든 조합원이 일당 14만 8천 원을 받게 됐죠. 그러자 조합원이 1천3백 명까지 늘어났어요. 임금 차등을 두면 노조에 가입하니, 결국 회사들은 대구시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동일임금 14만 8천 원을 적용하게 됐어요.

조합원들이 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전에 요구하지 못했던 복지, 안전의 문제 등이 폭발적으로 제기됐습니다. 그래서 유보 임금도 줄었고, 내년부터 월차 개념으로 20일 출근하면 하루치가 수당으로 붙게 됩니다. 엄청난 성과들입니다.

예전에는 자신의 임금이 내려가고 고용이 불안해진다며 건설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적대시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조로 조직되고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이 인상되니까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들도 8시간 이상 일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2012년에 출입관리소가 현장에 나왔는데, 노조 조끼 입은 이주노동자들을 함부로 못 했고, 조합원들이 항의해서 단속을 막아 내기도 했습니다.

2012, 2013년 투쟁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의 머릿속에서 ‘단결’이 중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