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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노동자들의 노후를 시장에 맡기려는 시도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이 짧은 가입 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노후소득 보장에 충분치 않다”며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물론 안정적 노후를 위해서는 안정적 연금이 필수다.

그러나 한국 노인의 소득 가운데 연금 등 공적이전 비율은 고작 15.7퍼센트밖에 안 된다. OECD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프랑스와 헝가리의 경우, 노인 소득의 85퍼센트가 연금 등 공적이전 소득이다.

국민연금이 안정적 노후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새누리당 등이 주도한 개악으로 누더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도입 당시 70퍼센트이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이제 40퍼센트로 낮아져 말 그대로 ‘용돈연금’이 됐다. 게다가 소득대체율 40퍼센트라도 받으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40년 동안이나 내야 한다. 2060년이 되도 평균 납입 기간은 21.3년이어서 실질소득대체율은 26.9퍼센트에 머물 전망이다.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오랜 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등 전체 노동자의 절반가량은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도 못 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0.9퍼센트밖에 안 된다. 꼴찌에서 2위인 나라조차 이 비율은 3.6퍼센트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노후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정부 지원을 늘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강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했다.

주식시장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퇴직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에 확정급여형(DB : 연금으로 받을 액수를 정해 놓는 것, 원금보장형)보다 확정기여형(DC : 기금운용수익률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것, 원금 손실 가능) 상품을 늘리도록 했다. 또 기금 중에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비율도 완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자 노후 소득의 원천인 퇴직금을 주식시장 등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1997년이나 2008년과 같은 경제 위기가 오면 말 그대로 모두 날려 버릴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가장 많이 운용하는 삼성생명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올해 1분기 0.8퍼센트로 ‘제로 수익률’에 가깝다.

HMC투자증권,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도 수익률이 1퍼센트가 안 된다.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LIG손해보험, 대우증권, 흥국생명, IBK연금보험 등은 아예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다.

이런 사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누구도 손실을 보전해 주지 않는다. 보험사 경영진과 대주주들은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 가겠지만 말이다. 퇴직연금 가입자 92퍼센트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소득재분배 기능이 전혀 없다. 당연히 노후 소득 격차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퇴직연금 강화 방안이 발표되자, 주식시장은 이미 ‘단기적으로 10조 원가량이 추가로 유입되고 안정적으로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돈이 생겼다’며 반기고 있다.

이번 정부 대책은 결국 노동자들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내맡기고, 퇴직금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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