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논란:
“평화와 화합”과 거리가 먼 박근혜의 생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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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북한이 9월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최근까지 이 문제가 남북 간에 논란거리가 돼 왔다.
직접적 발단은 7월 17일 남북 간 실무접촉이 결렬된 것이었다. 회담 결렬의 핵심은 응원단 문제였다. 회담 자리에서 남한 측은 북한이 아시안게임 응원에 대형 인공기를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형 한반도기도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북한 응원단의 체류비 역시 북한 측이 부담할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은 남한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대형 인공기를 쓴 적이 없다! 또한 응원단 체류비 지원 문제는 북한 측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남한 측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 즉, 북한 응원단이 대거 들어오지 못하게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트집을 잡은 것이었다.
회담이 결렬되고 북한은 한때 아시안게임 참가를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가, 8월 28일 선수단은 보내지만 응원단은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박근혜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드높이는 대회”가 돼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응원은 훼방 놓으면서 화합을 운운하다니, 참으로 위선적이다.
북한의 아시안게임 응원단이 논란이 된 것은 냉랭해진 남북 관계를 반영한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갈등이 커지면서, 남북관계는 해빙 무드로 좀체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잠시 대화가 오가긴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예컨대, 8월 11일 박근혜 정부는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그런데 제안된 회담 날짜(8월 19일)가 하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이었다. 이번 UFG 훈련은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계획인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식 적용하는 첫 훈련이었다. 당연히 북한은 반발하며 고위급 접촉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응원단이 대거 참가하면 국내의 우파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란 점도 박근혜 정부가 북한 응원단에 대해 트집을 잡은 이유였을 것이다.
NLL
인천은 서해 NLL에 매우 가까이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서해 NLL에서 남북 간의 군사 충돌로 많은 청년들이 희생됐다. 올해 5월에도 북한의 포격 훈련에 남한이 강경하게 맞대응한 일이 있었다.
이런 불안정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고 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과거에도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남북 대화의 소재로 이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도 남·북한 지배자들은 남·북한 민중의 염원과 무관하게 이를 외교적 수단으로 다뤘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상황이 바뀌면 이런 협력은 금세 중단됐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못지 않게, 김정은도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해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대북 제재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대응책의 하나로 스포츠 행사를 이용해 왔다. 예컨대 북한은 전(前) 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수 차례 평양에 초청해 농구 경기를 열었다. 북한이 처음 공식으로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발표한 게 5월 23일인데, 이때는 일본과의 스톡홀름 합의(5월 28일)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지금 인천시는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됐다.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박근혜 정부와 인천시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인천의 평범한 시민들에게 떠넘길 것이다. 엄청난 부채 더미 위에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에, 아시안게임 조직위가 내세우는 “평화의 숨결”은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