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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근속수당 8년 상한제 폐지, 감정 수당 도입, 점오계약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연 매출 7조 원으로 국내 유통업체 2위를 차지하는 홈플러스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이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왔다. 노동자들은 “1백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뼈빠지게 일했다. 게다가 최근 경제 위기와 대형유통업체들 간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자,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고 있다.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가공일용 파트에서만 5명이 병가를 냈어요. 그래서 인력 충원을 해 달라고 요구해도, 관리자들은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미 직원이 많고, 돈이 없다는 거예요.” (금천지부장)

사측은 노동자들에겐 고작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주면서 임원 4명의 연봉은 무려 1백억 원이나 가져갔다.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난해 1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각 매장에서 중간 관리자들의 무시와 욕설,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병가 등의 문제를 개선해 왔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올해 4월 15년만에 처음으로 사측과 임금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측은 시급을 겨우 2백 원 인상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보다 겨우 1백20원 높다. 또, 감정수당 도입, 휴가 보장 같은 요구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1월 약속한 점오계약제의 단계적 폐지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009년에 제가 받은 시급이 4천6백50원이었어요. 지금 5천4백50원이에요. 5년 동안 한 해 평균 1백60원이 오른 셈인데, 지금 그 전보다 겨우 40원 정도를 얹어서 인상해 준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죠.” (금천지부 조합원)

“홈플러스 사측은 교섭에서 시급 인상을 더 하면 다른 마트(대형유통업체)한테 욕 먹는다고 얘기해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담합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죠.” (북수원지부장)

노동자들은 8월 29~31일 동안 처음으로 전국적인 전일 파업을 벌였다. 파업 첫날인 29일에는 서울·경기·인천지역 노동자 5백여 명이 대한문에 모여, 집회를 하고 손수 만든 피켓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울산과 부산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와 행진을 했다.

또, 금천지점의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항의해 8월 25일부터 매장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쟁의권이 있을 때, [현장의 문제를] 결합시켜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이후에도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처음인데 지금까지 싸운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노조 만들고 현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런데 사측이 여전히 우리를 개무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져야 하나? 저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평촌지부 부지부장)

추석은 대형유통업체가 일 년 중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이런 시기에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준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새롭게 스스로를 조직하고 투쟁에 나선 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