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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미국 퍼거슨시 흑인 살인 사건이 드러낸 것:
흑인들은 국가에 의해 매일 테러를 당한다

시카고에서 흑인들이 모여 사는 사우스사이드를 걷다 보면 가끔 가다가 “파이브-오”(5-0)라고 소리치는 아이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안으로 숨고, 청소년들은 하던 것을 무작정 내려 놓고 도망을 가거나 숨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전쟁 영화에서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경보음이 올렸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5-0”라는 외침은 폭격이나 진군해 오는 적의 군대에 대한 경보가 아닙니다. “5-0”는 경찰을 봤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이처럼 흑인 도시들에서 경찰들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2012년 트레이번 마틴 살인 사건[본지 80호, ‘[기고] 미국의 인종차별 ― 후드티 입은 흑인은 죽임을 각오하라?’를 참고하시오.]과 최근 퍼거슨 시에서의 마이클 브라운 살인 사건으로 이런 상황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경찰들의 흑인 살인과 폭행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1950~60년대에 활동했던 흑표범당의 10개 강령 중 하나도 “우리는 경찰들의 흑인 폭행과 살인의 종결을 요구한다”였습니다.

흑인을 상대로 한 폭력은 미국의 건국서부터 존재했습니다. 미국 초기 자본주의의 중심에는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존재합니다.

1960년대 이전까지 유색인 분리 정책에 따라 백인과 유색인(특히 흑인)은 사회에서 분리돼 존재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흑인은 같은 노동자 계급에 속한 백인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노동자 계급의 백인들조차 흑인 억압을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경제적·사회적 계급을 상승시키려고 했습니다.

이런 미국에서는 퍼거슨시뿐 아니라 모든 흑인 동네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국가는 여전히 인종차별을 무기로 삼아 흑인을 공격합니다. 사실, 28시간마다 한 명꼴로 흑인이 경찰, 혹은 ‘법과 정의를 스스로 실행하겠다’는 백인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에(2012년 통계) ‘공격’이라는 표현보다는 ‘국가에 의해 테러리즘을 당한다’고 표현해야 옳습니다.

흑인 노동력

제가 살았던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서 인종차별을 이용하는 자본주의의 억압은 적나라하게 나타났습니다.

레이건 시절 미국 국가는 더는 흑인들을 교육에서 배제시킬 수 없게 되고, 흑표범당의 위협을 느끼자 중남미에서 CIA가 밀수한 코카인을 [값이 싼] 크랙 코카인으로 만들어 흑인 동네들에 뿌렸습니다. 그리고 닉슨이 유행시킨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워 흑인 동네들에 경찰을 배치했습니다. 흑인 동네들을 겨냥한 오늘날의 테러리즘 상황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시카고에 처음 크랙 코카인이 들어온 해는 지금부터 30년 전인 1984년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국가에 의한 테러리즘과 공격을 당한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의 현재 상황을 한번 통계로 보겠습니다.

지난 10년간 학교 10곳 이상이 문을 닫았고, 국가는 50년 동안 꾸준히 학교 지원을 줄이면서 경제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시카고 흑인 청소년 중 92퍼센트가 실업자입니다. 사우스사이드에는 일자리가 없습니다.

흑인 청소년 층의 체포 비율은 7.6퍼센트입니다. 이는 백인에 비해서 10배가 높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체포 사유는 대마초 관련 범죄(소지 혹은 흡연)인데 실제 대마초를 흡연하거나 소지하는 비율은 백인과 흑인이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흑인의 체포율이 10배가 높은 것은 상당히 특이한 점이죠.

‘일자리가 아예 없으면 흑인 노동력을 착취 못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미국에서도 흑인이 아닌 동지들에게 많이 듣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미국의 수감자들은 시급 0.92달러, 즉 932원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을 합니다. 아예 돈을 못 받고 노동을 하기도 합니다. 비교를 하자면, 현재 미국 연방 최저임금은 시급 7.25달러입니다. 즉 합법적으로 아예 노동에 대한 대가 없이 노예처럼 착취하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퍼거슨시의 경우에도, 이번 마이클 브라운 살인도 문제이지만 이런 구조적 문제도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몇 가지 통계를 들어 보겠습니다.

퍼거슨 지방 법원은 비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3만 2천9백75개의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퍼거슨시 전체 인구는 2만 1천1백35명입니다.

이 2만 1천1백35명 중에 66퍼센트 정도가 흑인입니다. 그렇지만 영장이 발부되는 대상의 86퍼센트가 흑인입니다. 반대로 백인들은 전체 인구의 29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전체 영장 발부 대상자의 13퍼센트만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영장을 통해 걷어들이는 벌금도 흑인들의 ‘자본’을 착취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퍼거슨 지방정부의 지난해 세수입은 2천만 달러였는데 이런 벌금과 체포 후 보석금으로 걷은 돈이 2백60만 달러로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합니다.

즉 퍼거슨에서의 살인 사건, 그리고 그 후에 배치된 탱크, 최루탄, 저격수, LRAD(음향대포), 이라크 참전 군인들보다 더 단단히 무장을 갖춘 경찰 투입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봐야 됩니다. 미국 자본주의가 자행하는 흑인들에 대한 착취, 국가의 테러리즘, 그리고 우리가 흑인 동지들과 연대해야 할 필요성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이것입니다: 자본주의 제국인 미국은 제국과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도시 하나쯤은 지도에서 지워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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