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의료 민영화로 가는 박근혜 정부:
6차 투자활성화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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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월 29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하단 사진)이 강연한 “전면적 의료 민영화로 가는 박근혜 정부, 6차 투자활성화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를 녹취한 것이다(영상).
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계획에서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발표했었고 그게 작년 12월이었어요. 그걸 지금까지 추진했던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해왔던 거고요.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나왔던 게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거예요. 의약품, 의료기기 같은 의료부문, 화장품, 건강식품, 호텔, 여행, 온천, 목욕탕, 이런 것들에 대한 자회사를 확대한 게 4차투자활성화대책이죠. 일부 시행된 것도 있는데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가 그것이구요. 영리법인 약국, 원격의료 관련 내용들은 4차투자활성화대책에 포함됐지만 아직까지는 시행되질 않고 있죠.[원격의료 시범 사업은 이 강연 뒤인 8월 16일 6개월간 시범사업으로 공표됐다]
2백만 명의 반대 서명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많은 시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75퍼센트가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법제처에 넘어가 있습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2백만 명 서명한 걸 전달하려는 사람들조차 만나지 않았죠. 거기다가 이게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하나 더 나왔어요. 그러니까 황당한 거죠.
6차 투자활성화대책 내용을 보면 하나는 영리자법인을 만들 때 구체적으로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을 설치하겠다, 즉 영리병원을 설치하겠다. 셋째, 의과대학 산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 넷째, 해외환자 유치를 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 다섯째, 연구 활성화. 이런 내용입니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리병원
제일 먼저 볼 건 싼얼병원입니다. 싼얼병원은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그룹이래요. 설립 주체가 차이나스템셀(China Stem Cell), 즉 아예 이름에 스템셀(줄기세포) 치료를 내세우다가 CSC라는 이름은 그대로 놔두고 차이나 무슨 헬스 그룹 이런 식으로 이름을 바꿨는데요. 이 병원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세우겠다고 했죠. 투자금액이 5백억 원이고 48병상 규모에 피부 성형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분야도 좀 하겠다고 한 거예요. 정부는 이걸 제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싼얼병원이 제주도에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을 보류했습니다.
미용·성형 시술을 하다가 혹시 잘못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싼얼병원은 응급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에요.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돼요. 따라서 다른 병원과 계약을 맺어야 되는데 제주도에 있는 한라병원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한라병원이 나름대로 평가를 해 보니까, 이거 잘못하면 우리가 뒤집어 쓰겠구나 생각하고 [계약] 안 하겠다고 했어요. 한라병원은 우리 나라 1호 메디텔을 지으려고 하는, 돈 버는 데 눈이 벌게 있는 병원이에요. 그런데 그 병원조차 싼얼병원하고 계약을 맺으면 우리가 큰 코 다치겠네 하고 생각해서 계약을 파기한 거예요. 그래서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니네는 안 돼’ 한 거예요. 그런데 그 다음 장관이 싼얼병원을 다시 허가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죠.
싼얼병원은 바뀌었을까요? 더 안전해졌을까요? 저희가 찾아보니 회장이 ‘중대한 경제사범 혐의로 텐진시 공안국에 형사 입건’되었고, 뉴스타파에 보도된 대로 구속돼 있었죠. 싼얼병원의 최대 주주인 싼얼바이오와 광업투자, 이게 작년에 문을 닫아버렸어요. [모기업이] 부도가 난 상황이었고, 싼얼병원만 살아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한라병원이 안되니까 제주도의 다른 병원하고 계약을 했는데 싼얼병원과 응급실 거리가 38킬로미터더라고요. 응급이라면 38킬로미터를 도대체 어떻게 가야 돼죠? 말이 안 되는 짓을 한 거예요. 결국 복지부도 싼얼병원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겠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영리병원을 들여오려고 할까요? 외국인 영리병원은 요즘 말로 하면 ‘외국인 영리병원’이라고 쓰고 ‘국내 영리병원’이라고 읽어야 돼요.
무슨 얘기냐.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에 외국인 편의시설로 영리병원을 들여온다고 했어요. 외국인 기업이 많이 들어오면 외국인 주재원들이 많이 올 테니까 그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외국인 영리병원이라고 붙인 거예요.
그런데 [외국인] 기업이 하나도 안 들어온 거예요. 그러니까 병원이라도 먼저 들어와야 한다. 이렇게 말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병원이 안 들어오는 이유는 외국인에만 한정해서 그렇다. 국내 사람도 [진료] 보게 해 주자 이렇게 바꾸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외국 환자가 최소한 50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그것도 없어졌어요. 아예 제한이 없어졌어요.
외국인 의사 비율도 최소한 10퍼센트 이상이면 된다는 걸로 완화됐는데, 제주도에서는 외국인 의사가 있으면 된다는 정도로 풀었어요.
이런 식으로 ‘무슨 병원이든 어쨌든 하나만 유치하자’ 하다 보니까 아무거나 덥석 물었는데 그걸 하필 잘못 문 거죠.
문제를 처음 다룬 것은 뉴스타파인데요. 〈한겨레〉가 이번에 싼얼병원을 취재했어요. 거기서 하고 있는 치료가 주로 줄기세포 치료인데, 한 사람당 1년에 1억 원을 받는대요. 주사 한 번에 1천만 원. 그렇게 하지 않으면 48병상으로 5백억 원을 투자해서 남을 수가 없는 거죠.
지금 판단으로는 싼얼병원이 중국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걸 한국에 와서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일본과 중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하는 병원들이 있고 지금은 몇개는 문을 닫고 몇개는 음성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 병원들을 지금 영리병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죠. 완전히 중국인 사기꾼에 한국 국가가 놀아난 꼴이 됐거든요.
그런데 의료 민영화라는 게 바로 이런 꼴이에요. 처음에 정부는 외국에서 진짜 좋은 병원 들어올 거라고 했었죠. 그러면서 거론됐던 병원이 존스홉킨스, 하버드, 메이요클리닉[이었어요.] 그러다가 조금씩 격이 떨어졌죠. 피츠버그, 뉴욕 장로 어쩌고 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확 떨어져서 갑자기 중국의 싼얼병원이 나온 거예요. 이게 지금 의료 민영화 추진의 정확한 현실을 보여 주는 거예요. 우리 나라가 마치 미국의 최고급 병원을 한번에 쫓아갈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중국에서도 허용되지 않은 걸 한국에 들여오는 것이 바로 의료 민영화의 실체라는 거죠.
그런데 왜 이렇게 조급할까요? 이건 이런 외국인 영리병원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핑계이기 때문이에요. 하나 들여놓기만 하면 다른 것도 들어올 거고 국내 영리병원이라는 물꼬도 터질 거라는 기대 때문에 싼얼병원을 들여오겠다는 거죠.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걸까요? 하나는 경제 위기의 심각함, 또는 병원 자본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보건의료를 확실히 민영화시키겠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하나라도 실례를 만들어 보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에요. 즉, 반대 운동이 만만치 않다는 거죠. 어떻게든 하나라도 만들어 보려고 하며 지푸라기를 잡았는데 그게 완전히 썩어빠진 동아줄이었다는 거죠.
경제자유구역이 2003년에 처음 만들어질 때는 몇 개였습니까? 세 개 였어요. 인천, 부산, 광양. 그러다가 이게 여섯 개로 늘었죠. 작년에 두 개가 더 늘어서 여덟 개가 됐죠. 이제는 모든 도에 다 있다는 걸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따라서 경제자유구역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더라도 사실상 국내 의사가 국내 환자를 보는 국내 자본에 의한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지는 거예요. 이번 영리병원 허용 방안은 경제자유구역에 만들 영리병원에 대해서도 제주도 수준으로 규제를 낮추겠다는 거예요. [게다가 한미FTA 규정때문에 경제자유구역에 일단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역진방지규정때문에 이를 되돌릴 수 없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영리병원에는 하나의 커다란 장벽이 남아 있는데, 그건 건강보험 적용 여부예요.
여러분, 우리 나라 건강보험이 지금 몇 퍼센트를 보장하죠? 약 55퍼센트죠. 그래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게 각각 반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입원 환자 같은 경우에는 전체 병원비의 20퍼센트밖에 안 내거든요. 건강보험이 다 적용되면 병원비가 1백만 원이 나오면 난 20만 원만 내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다섯 배를 더 내야 돼요. 거기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니까 병원 마음대로 가격을 매깁니다. 그러면 대개 우리 나라는 보험수가의 네 배를 받아요.
외국인 노동자가 세브란스 병원에 오면 “보험 있으세요?(Do you have insurance?)” 이걸 먼저 물어봐야 된대요. 제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있던 인턴한테 들었어요.
그래서 없다고 그러면 보험수가의 네 배를 받는 거예요. 감기면 얼마를 받는 거죠? 뭐 한 1만 5천 원 곱하기 4 하니까 6만 원이 되고, 거기다가 응급실로 온 거니까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 해서 10여만 원 나오는 거죠. 어디 한 번 찢어져서 온다? 그러면 수십만 원 나오는 거죠.
따라서 영리병원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면 우리 나라 환자들은 아예 안 갈 거예요. 이렇게 비용이 너무 비싸지면 환자들이 가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기술지주회사
이번 6차 투자활성화대책의 보건의료 부문의 핵심은 대학병원의 영리자회사, 의료기술지주회사 문제일 거예요.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는 정부가 의료법인(중소병원)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할 뿐이라고 주장했었죠. 의료법인 중에 대형병원은 두 개밖에 없다. 그러면서 4차 투자활성화방안은 중소병원의 경영 개선책일 뿐이다. 이렇게 얘기했었죠. 그랬는데 그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학병원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해 준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매개를 뭘로 하느냐. 바로 의료기술에 특허를 걸어서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겁니다.
병원에 사람 빼고 건물 빼면 뭐가 남을까요? 기계와 의약품과 나머지 의료기구 뭐 이런 게 남지 않겠습니까? 그 중에서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가지고 행하는 행위를 의료기술이라고 해요. 그런데 의료기기의 정의가 뭐냐 하면 의약품을 제외하고 의료에 쓰이는 모든 거예요.
CT, MRI뿐 아니라 주사기, 거즈, 청진기, 심지어 가운까지 다 의료기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가지고 하는 모든 행위가 의료기술이에요. 그걸 특허를 걸어주겠다는 것이 의료기술지주회사예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대학병원이 의료를 가지고 주식회사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걸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산학협력단이라는 걸로 하는 거죠. 산학협력법에 현재로서는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을 하나씩 가질 수가 있어요. 이걸 발표했더니 제일 먼저 반대한 게 어디였을까요? 의대 빼고 다였어요. 의과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을 따로 만들겠다라고 할 거거든요. 지금은 의대가 돈 벌어주는 뎁니다. 그런데 대학병원이 지가 알아서 돈 벌고 지가 알아서 가지고 가겠다, 그리고 교수한테 스톡옵션도 주겠다고 하니까 다른 대학들이 모두 반대했어요. 그래서 K대 의대가 지주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가 내부에서 내분이 생겨서 철회한다 만다 그러고 아직까지 못 만들고 있어요. Y대는 지금 의대가 이기려고 하고 있어요. 워낙 의대가 힘이 세잖아요.
이런 와중에 교육부는 공대도 만들어 주고 다른 데도 만들어 주겠다고 하니까 또 싸움 양상이 변하고 있어요.
딱 한군데, 제대로 싹 정리가 된 데가 있는데 그게 어느 대학일까요? 기술지주회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가장 침착하게 대응한 대학이 서울 종로구에 한군데 있어요. 성균관대학교죠. 성균관대는 이미 의료기술, 융복합대학원을 2011년부터 띄워놨고, 독자적으로 산학협력단을 만들 준비를 해 놨어요.
이명박 정부 말기에 이른바 ‘HT보고서’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은 의료기술지주회사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의료가 산업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요. 삼성이 지난 정권 말기부터 제시했고, 이것이 현실화된 것이 의료기술지주회사, 간단히 말해서 대학병원 중심의 영리회사라는 거죠.
그러면 삼성은 이걸 또 어디에서 베꼈을까? 이건 1980년도에 만들어진 미국의 베이-돌 법에서 베낀 거예요. 베이라는 사람하고 돌이라는 두 사람의 상원의원이 만든 특허법 이름인데요. 정부가 재정을 대서 만들어진 기술을 특허를 낼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법이에요. 그걸 기반으로 해서 장사를 할 수 있게 한 법이죠. 그럼 어떻게 되느냐. 아주 간단히 말해 볼게요.
제가 서울대학교 병원의 피부과 교수예요. 그런데 대머리에 머리를 나게 하는 신비의 명약 특허를 제가 받았어요. 이걸 가지고 돈을 벌고 싶으면 어떻게 하면 되죠? 특허청에 특허를 내요. 이걸 중심으로 해서 회사를 만들어요. 그런데 나는 회사를 만들 수가 없거든요? 국립대학 교수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 의과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만들어요. 이걸 허용해 주겠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합법이 아니었거든요.
특허를 받으려면 실제로 뭔가 특별한 효과가 있어야 하는 거고 따라서 특허를 낸 사람한테는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실제로 대머리에 머리털 나는 약은 세상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특허는 몇 천 개가 돼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
한국의 특허청은 특허를 내줘야 먹고 살아요. 특허를 신청한 사람한테 돈을 받아서 특허청이 돌아가게 돼 있어요. 진짜 유용해야만 특허를 주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의료기술에 특허를 낸다는 게 누워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명약에 내는 것이 아니라 돈 될 만 하다 싶으면 아무거나 특허를 내줘요.
즉 의료기술지주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의료행위에 특허를 낼 수 있고, 이것들을 다 영리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것도 하나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자회사를 수십 개를 거느릴 수가 있어요. 이번에 자회사 설립 규정도 바꾸겠다고 했는데 기술지주회사의 의무출자비율을 2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춰 주고, 이 보유 비중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5년간 자회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했어요. 자기 출자지분이 10퍼센트만 되면 되니까 열 개를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그걸 5년간 유예해 주면 수십 개를 만들 수가 있겠죠.
거기다가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자회사의 스톡옵션을 가지는 것도 허용해 줬어요.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스톡옵션을 가지게 되면 이 교수는 어떻게 하는 게 이득이죠? 그 약을 엄청나게 처방하는 게 이득이죠.
제가 머리털 나는 얘기를 했는데 이건 지금 개발돼 있고요. 모공치료나 무릎 관절에 스크루[나사못]를 박는 특허[도 있어요.] 그러면 그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특허에 자기 이름을 써 넣고 이걸 자기가 계속 처방을 하고 계속 쓰면 쓸수록 수입이 늘겠죠.
이것이 바로 미국 의료비가 굉장히 비싸진 이유입니다.
미국의 베이-돌 법은 정부가 연구 개발에 엄청나게 투자를 했는데 이게 실제로 쓰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런데 의약품 및 의료기기 또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로비를 해서 여기다 특허를 걸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됐느냐. 미국의 의약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세 배가 높죠. 미국의 의료기술 가격은 어떻게 됐느냐.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수술법이나 진단법에 돈을 내고 받죠. 심지어 미국 내에서는 연구나 학습 목적으로는 돈을 내지 말게 하자는 예외 규정을 둬야 할 정도예요.
베이-돌 법이 끼친 다른 효과는 아무거나 특허를 내게 된 거예요. 미국의 특허청도 특허를 많이 내주면 내줄수록 돈을 벌기 때문에 그런 거죠. 결론은 너무 쓸데없는 특허가 많이 나온 거죠. 심지어 미국 의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약 특허의 75퍼센트 이상이 불필요한 특허라는 ‘특허 폭탄’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해외환자 유치
의료관광은 미국 환자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 치료받는 게 싸서 생긴 거예요. 갑자기 맹장염 걸린 사람 어떻게 처리하냐 이런 문제가 있기는 한데 맹장염 치료해 봤자 그게 무슨 돈이 되겠어요. 그보다는 미국에서 암 치료를 받는 것보다 태국 가서 치료받는 게 싼 경우, 이 차이 때문에 생긴 거예요. 미국에서 의료비가 너무 비싸니까 태국 의료비보다는 비싸지만 미국 의료비보다는 싼 걸 활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의료관광이고 국제의료예요.
이걸 태국이 열심히 추구했어요. 처음에는 싱가포르가 1등이었죠. 그다음에 태국이 1등이 됐어요. 태국이 1등이 되려고 굉장히 노력해서 지금 1년에 2백만 명 온다고 자랑하죠. 그렇게 해서 GDP의 0.4퍼센트를 벌어요.
그런데 태국의 맹장염 치료 가격이 1년에 15퍼센트씩 오르고 있어요. GDP의 0.4퍼센트를 벌려고 태국 의료가 망했습니다. 또 의료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영리병원들이 월급이 높으니까 태국 의사들이 영리병원으로 다 몰리죠. 태국 농촌에서는 의사 구경하기가 힘들어졌어요. 도시에서도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려면 외국병원에 가야 돼요.
그나마 탁신 정권이 인기를 끌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복지 정책인데요. 30바트 정책이라고 병원 한 번 방문하면 무슨 치료든 30바트만 내면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정책이 근저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게, 갈 병원이 없어졌어요. 병원에 가도 의사가 없거나 의사가 있어도 실력이 없어요. 즉, 의료관광은 잘 되면 큰일이에요.
태국이 왜 미국보다 의료비가 쌀까요? 기본적으로는 임금이 싸서 그래요. 한국이 태국하고 경쟁을 하려면 일단 태국처럼 관광객이 많이 모여야 돼요. 거기다가 태국과 한국의 인건비 차이는 한국이 100이라고 칠 때, 태국은 10이에요. 그러면 한국과 태국이 가격 경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병원 노동자 임금을 10분의 1로 낮춰야 돼요. 그래서 태국 다음으로 떠오르는 주자가 인도예요. 임금이 태국의 5분의 1밖에 안 되거든요. 거기에 한국이 뛰어들겠다? 이거야말로 웃기는 일이고 거기서 진짜 잘 된다면 한국 의료가 망하는 거예요.
따라서 해외환자 유치는 핑계라는 거예요.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서 특별한 법을 만들어야 되는 것도 아니에요. 한국에 제일 많이 오는 환자는 미용·성형이죠. 지금도 그냥 잘 오잖아요. 그리고 요즘 인기 있는 건 한국 의사가 중국으로 가서 거기에서 성형[수술]하는 거예요. 그게 더 편하지 않겠어요? 즉 의료관광이 아니라 해외환자를 보러 가는 거죠. 따라서 국내 제도를 변화시킬 이유가 별로 없는데도 해외환자 유치를 내세우는 데는 다른 이유가 하나 있는 거예요.
그 다른 이유가 바로 보험사가 해외환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에요. 이게 마지막으로 어려운 얘긴데요.
자, 내가 S생명사예요. S대학병원에 내가 환자를 보낼 수 있고 그 돈을 내가 병원에 직접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기를 원해요.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실손형 보험 들면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에 병원하고 보험사가 직접 해결하나요, 아니면 여러분이 받아서 주나요? 받아서 주죠? 그런데 미국은 받아서 주지 않아요. 병원과 보험사가 직접 해결해요. 직접 해결하는 순간 어떻게 되죠? 실손형 보험이라고 해 보죠.
보험사 입장에서는 돈을 가능한 한 적게 쓰고, 많이 써도 보험사에 돈을 벌어 주는 그런 병원들이 필요한 거예요.
따라서 미국 같은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병원한테 지침을 내려요. 뇌막염으로 소아 환자가 오면 3일만 치료해라. 그리고 열이 펄펄 나도 그냥 퇴원시켜라. 나머지는 돈을 못 준다. 그러면 병원은 돈을 못 받으니까 어린애를 그냥 퇴원시켜야죠. 이게 바로 영화 〈식코〉에 나오는 얘기예요.
보험사가 이렇게 하려면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고 보험회사가 병원한테 돈을 줘야 돼요. 그런데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으니까, 보험회사가 그야말로 갑 중의 갑이죠.
우리 나라도 건강보험이 있긴 하지만 실손형 보험이 거의 의료비의 약 50퍼센트를 지불하는 상황이에요. 따라서 보험회사가 병원한테 돈을 직접 주게 되면 병원이 보험회사 눈치를 봐야 해요.
민영 보험회사가 심사 평가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돈을 줄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죠? 또, 환자를 어느 병원에 보낼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되죠? 그게 바로 환자 유치·알선 행위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의료법상 보험업자가 환자 유치·알선 행위를 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이 병원들과만 계약이 돼 있으니까 이 병원 안 가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특정 병원에 유치·알선하고 직계약을 맺으면 자기한테 줄을 세울 수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보험사가 갑이 되고 병원이 을이 되는 거죠.
대형병원은 매출 1조 원 넘는 데가 우리 나라에 다섯 군데예요. 그게 빅 파이브잖아요. 삼성, 세브란스, 아산, 서울대, 가톨릭. 그런데 삼성생명, 현대해상, LIG보험 이런 데는 매출액이 얼마죠? 수십 수백 조 원 정도 돼요. 이렇게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 되요.
또 돈 주는 놈이 보험사이기 때문에 병원이 을이 돼요. 그러다가 아예 귀찮아서 보험사가 병원을 사버리면 어떻게 되죠? 그게 바로 HMO[건강관리기구,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예요. 그게 바로 미국이에요. 미국도 처음에는 계약 관계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귀찮으니까 보험사가 병원을 샀어요.
심지어 보험사가 한 지역 전체 병원을 사고 그걸 시스템을 구성하는 걸 헬스케어 시스템이라고 불러요.
이처럼 해외환자 유치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거예요. 보험사가 해외환자 유치해서 버는 돈은 보험 매출액의 0.1퍼센트도 안 되고요. 우리 나라 보험 매출액의 1퍼센트도 안 돼요. 사실은 영리자회사와 영리병원이 중요한 거지 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해외환자가 아니에요. 해외환자는 유치해서 돈을 벌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거예요.
또 의료 ‘수출’ 이렇게 얘기하면 국민들한테 잘 먹힌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도대체 의료로 선진국이 된 나라가 있나요? 그 나라는 의료가 진짜 의료 끝내 줘, 그래서 선진국 된 거잖아, 이런 게 있나요?
우리 나라 모델이 태국이에요? 우리 나라가 인도 되자고? 따라서 ‘해외환자 유치’라고 쓰지만 읽을 때는 ‘보험과 병원의 직계약’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가는 거죠.
임상시험
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할게요. 임상시험 규제완화가 있는데요.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을 제일 많이 하는 도시가 어느 도시인지 아세요? 서울이래요. 다른 나라보다 두 배 싸고, 속도는 두 배 빠르고, 치료를 한 번도 안 받아 본 사람들이 많다. 이게 [세계최대 제약회사 파이저의] 보고서에도 나올 정도예요.
외국 가면 뭐 동의서도 얻어야 되고, ‘임상시험 하니까 나중에 큰 문제 생길 수 있겠더라, 하지 말자’ 하는 사람도 많고요. 한국에서는 싱싱한 젊은이들을 떼로 구할 수 있죠.
또 한국처럼 대형병원이 많은 나라가 없어요. 암 환자로 꽉 찬 2-3천 병상의 병원이 몇 개가 있는 거잖아요? 아시아 최대 병원, 최고 병원이 아니고 최대 병원. 그런데 암 환자로 꽉 찼어요.
그런데 규제를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임상시험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거예요. 아예 임상시험을 산업화하자는 얘기는 HT보고서에도 나와요. 그리고 이미 산업화돼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하냐? 줄기세포는 건강한 사람들한테 안 해보고 그냥 환자한테 직접 주겠다고 해요. 그리고 돈 받고 하겠대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싼얼병원이 뭘 하건 합법이 되는 거예요. 메디포스트니 알앤엘바이오니 이런 회사들이 주식 대박이 나겠죠. 그러면 그게 사람들한테 이득이 되든 안 되든 그 자체로 산업이 되는 거예요.
줄기세포 치료제는 한국에서 허가난 게 네 개예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줄기세포 유래제품이 단 한개, 그것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가가 났고, 줄기세포 치료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게 FDA의 줄기세포 항목의 주된 내용이예요. 한국에서 허가받은 네 개의 치료제 중에 미국 FDA[식품의약국] 통과한 건 하나도 없어요. 연구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에 암이 생겼다는 보고서가 학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어요.
줄기세포는 약처럼 먹으면 그냥 다 나가는 게 아니에요. 몸에 남아요. 세포니까. 그리고 나중에 암이 생길 수 있어요. 유전자 치료는 더하죠. 바이러스가 들어 있거든요. 그 바이러스가 무슨 일을 일으킬지 몰라요.
유전자 치료는 전 세계에서 단 하나도 허가된 바가 없고, 계속해서 이상한 보고만 나와요. 유전자 치료를 했더니 암 생겼더라, 뭐 생겼더라. 그런데 이걸 연구라는 명목으로 임상시험을 대폭 허용하겠다는 거예요.
여기다가 이걸 의료기술이라고 특허를 내고 영리자회사로 만들어서 교수들이 스톡옵션을 가지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의료괴담이 되는 거죠.
결론
4차 투자활성화방안이 대략적인 내용을 제시했다면 6차 투자활성화방안은 확실하게 미국식 의료 민영화라는 방향을 보여 주는 거예요. 노골적이고, 구체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서두른 티가 역력해요.
복지부는 최근까지도 싼얼병원 회장이 구속된 걸 몰랐어요. 포럼에서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이 “회장 구속되었다는데 아세요?” 했더니 복지부가 “그래요?” 할 정도였어요. 그날 저녁에 〈뉴스타파〉가 그 사람한테 회장 구속됐는지 알았냐고 하니까 “알고 있었다”고 대답한 거예요. 그래서 “알고 있었는데도 허가를 내 줘?” 이렇게 보도가 나갔죠.[웃음]
이렇게 한편으로는 굉장히 노골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 여론을 뚫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는 거죠.
또 중소병원만이 아니라 대형병원, 그리고 보험사, 제약, 의료기기 업체까지 같이 하는 전체적인 그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요. 총괄적인 의료 민영화 계획이 나오고 있는 거죠.
따라서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더 전면적이고 치열해져야 하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입니다.
녹취 박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