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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업병 교섭을 둘러싼 논란:
반올림의 원칙 있는 태도를 지지한다

지난 12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 씨와 이숙영 씨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이 확정됐다. 이는 피해자 가족들과 이들이 속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7년간 끈질기게 싸워 일군 소중한 성과다. 이번 성과가 마땅히 더 많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확인된 직업병 피해자 수만 2백33명에 이르고, 그중 사망자는 98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삼성 측은 여전히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7일 열린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8차 교섭’에서도 사과, 보상, 재발방지 등의 요구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더는 자신의 딸과 같은 죽음이 없어야 한다며 싸우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이미진

오히려 삼성은 일부 피해자 가족이 별도로 구성한 가족대책위의 ‘조정위원회’ 구성 제안을 즉각 수용하며, 새롭게 교섭 틀을 짜자고 했다. 반올림은 이에 우려를 표하며 합의하길 거부했다.

삼성이 조정위원회 구성 카드를 덥석 문 것은 보상 기준 확대와 제도적 대책 마련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그동안 “반올림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며 엉뚱하게 책임을 떠넘기고, 반올림을 협상에서 배제하고 싶어했다. 조정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고 중재하는 구실을 할 것이기에, 반올림을 밀어내고 논의 수준을 낮출 방안으로 여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장기간 고통받아 온 피해자 가족들이 분열했다. 교섭 대표단에 포함된 피해자 가족의 일부는 삼성의 ‘8명 우선 보상’ 제안을 수용하겠다며 별도 교섭 의사를 밝혔고, 최근에는 가족대책위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은 그동안 피해자들 사이에 분열을 시도해 왔다. 피해자들이 함께 결성한 반올림을 ‘외부 단체’로 둔갑시켜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을 이간질하고, 교섭 대표로 나선 ‘피해자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자’며 더 많은 산재 신청자·피해자들과 8명을 분리시키려 했다.

반올림의 지적처럼, 이런 분열의 일차적 책임은 명백히 삼성에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은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삼성이 손쉽게 조작하거나 장난질 치지 못하게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는 반올림의 입장은 옳다.

진보진영 내 일부는 ‘피해자들의 분열’을 우려해 반올림에 일정한 양보와 포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자는 반올림의 요구는 더 많은 피해자들과의 단결을 추구하는 올바른 방향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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