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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법질서’ 운운할 때마다 정말 역겨울 따름입니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최영준 운영위원이 9월 22일 재판에서 낭독한 최후진술 전문이다. 검찰은 최영준 운영위원이 지난해 12월 22일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 저지를 위한 집회, 같은 달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그리고 공무원노동조합 탄압 저지 기자회견 참석을 이유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았다. 본 재판은 9월 17일 최영준 운영위원이 모두진술을 한 재판과는 별개이다.

검사는 저에게 1건은 집시법 위반, 2건은 도로교통을 방해했다며 5백만의 벌금을 구형했습니다. 저는 검사가 구형한 벌금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의 모든 행동은 정당했고, 진정 불법과 폭력을 저지른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먼저 2013년 12월 6일 집시법 위반 건은 너무도 황당합니다. 이날은 ‘공무원노조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대위’가 주최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노동기본권인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2년에 만들어진 공무원노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로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의 ‘민’자라도 언급하려면 최소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동안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요구하자, 노조사무실을 침탈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불법연행하고,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해 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부가 OECD 가입 당시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알리려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수많은 기자회견에 참가해 왔지만 집시법 위반이라고 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기자회견을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의 부정한 선거 개입 항의운동과 12월 철도파업을 앞두고 위기감에서 비롯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최근 청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판사는 미신고 집회도 경찰의 해산 사유가 정당치 않으면 무죄라고 한 바 있습니다. 하물며 미신고 집회조차 무죄라고 하는데 기자회견에 참가했다고 집시법 위반이라니. 말이나 됩니까!

저는 국가기관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부정한 자들을 경찰과 검찰이 비호하면서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했다고 불법 운운하는 검찰과 바로 앞에 있는 검사야말로 법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12월 22일 집회였습니다.

12월 중순에는 철도노동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KTX민영화 저지를 위해 파업을 벌였습니다.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해 대형참사, 요금폭탄, 서비스질 저하, 노동자 구조조정이 있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재벌들과 외국자본에 팔아넘기려고 거짓말과 꼼수, 불법까지 저지르며 밀어붙였습니다. 그래서 1백만 명이 넘는 평범한 시민들이 철도민영화 반대 서명에 동참했고,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국민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철도파업을 지지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철도파업은 법을 어긴 파업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혈안이 된 나머지 12월 22일 민주노총에 불법적으로 침탈했습니다. 이날 박근혜 정부의 경찰이 어디까지 불법을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 준 날이었습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은 정당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법적으로 압수수색영장도 아닌 체포영장을 갖고 와서 건물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건물주인인 경향신문사의 동의도 받지 않았습니다. 건물 유리창을 모조리 부수고, 2백여 명의 노동자와 학생을 연행하고, 사무실 기물을 파손하고, 물대포를 쏘면서 불법 만행을 저질렀지만 정작 철도노조 간부는 찾아내지도 못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사람을 찾겠다고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이런 만행을 진두지휘한 경찰에게 박근혜 정부는 고생했다며 포상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게 진정 ‘법치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저를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들은 경찰의 불법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이날 모였습니다. 6천여 명의 중무장한 경찰과 6백 명의 체포조, 경찰의 물대포가 경향신문사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한 채 모든 교통을 마비시켰습니다. 도대체 도로교통을 방해한 것이 저입니까 아니면 경찰입니까!

마지막으로 12월 28일 집회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는 민주노총까지 침탈했음에도 지도부 검거에 실패하고, 파업은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자 박근혜는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이날은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고통전가에 맞서 선두에서 싸우는 철도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집회였습니다. 또, 민주노총 침탈에 항의하는 집회였습니다. 영화 10도의 추운 날씨임에도 10만 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컸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 탄생 이래 노조 사무실을 불법으로 침탈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근본으로는 불법으로 당선한 박근혜, 당선되자마자 자신이 내걸었던 복지 공약을 모두 내팽겨치고,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규제완화를 해결하기는커녕 규제완화 확대와 민영화 등을 추진하며 이윤을 위해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공격해 온 것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박근혜야말로 민주주의 파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이윤을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에는 안중에도 없는 공공의 적입니다. 따라서 이날 집회와 행진은 정당했습니다. 당일 집회에서도 시청광장 주변 도로 특히, 광화문 일대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차벽을 세운 것은 바로 경찰이었습니다.

저는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한 원세훈과 같은 자들은 무죄라고 합니다. 얼마나 황당한 판결이었으면 현직 판사가 ‘법치주의는 죽었다’고 했겠습니까! 또, 12월 22일과 28일 불법과 폭력의 '끝판왕'처럼 행동한 경찰은 정부로부터 포상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박근혜 정부자체가 범죄 집단 아닙니까! 딸처럼 귀여워서 골프장 캐디의 가슴을 찔렀다는 박희태와 같은 자들에겐 한없이 무기력한 경찰과 검찰! 저는 이런 자들이 ‘법질서’ 운운할 때마다 정말 역겨울 따름입니다.

저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외친 것도, 노동자·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민영화 철회를 요구한 것도, 정당한 파업을 한 철도 노동자들을 응원한 것도 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무죄입니다. 검찰이 벌금을 청구한 것은 저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하는 것과 같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내고 불법을 자행하는 정부와 가진 자들의 만행을 인정하라는 겁니다. 저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법정에 일말의 정의가 살아있다면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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