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이번에는 파업으로 우리 힘을 보여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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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노조가 13년 만에 파업을 결의하고 9월 23일부터 쟁의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투표 첫날부터 노동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점심시간에는 1천2백여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을 누비며 경적 시위를 벌였고, 저녁에는 3천여 명이 기세 좋게 집회를 했다.
“이기든 지든 이번에는 꼭 파업으로 우리 힘을 보여 줘야 합니다.”
“사측은 그동안 우리를 바보 취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졌습니다. 처음 집회 때보다 두 번째 집회에 더 많이 모였습니다. 갈수록 집회에 참석 인원이 늘었습니다. 우리는 분노하고 있고 단결된 힘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투쟁 열기가 높아지고 파업 찬성률이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사측은 감시와 통제를 강화했다.
관리자들은 아침 출근길부터 도열해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투표소 입구에 진을 치고 노동자들을 감시했다. 한 노동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고위 간부들이 나와 투표소 앞을 지켰습니다. 관리자들이 우리를 불러 하루에 세 번씩 면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압박은 위축 효과를 내기도 했지만,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관리자들의 눈초리를 뚫고 투표에 참가했다. 한 부서에서 젊은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의 감시에 아랑곳 않고 우르르 투표장에 몰려갔고,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부서에서도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투표에 참가했다. 결국 사측은 9월 26일 투표소에서 관리자들을 철수시켰다.
노조는 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난주에 이미 과반수가 투표에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현장조합원들의 분노를 모아 투쟁을 끌어올려 온 만큼, 본격적으로 파업에 시동을 걸며 채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원하청 단결
한편, 사내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파업은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정규직의 투쟁을 지지해 함께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근 사내하청 지회는 원하청 공동 파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내하청 노조에 가입해 있지 않은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이 파업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체인력으로 일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타당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파업에 적극 동참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현대중공업 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제기해야 한다. 4만여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그동안 낮은 임금, 고용불안, 산업재해 등에 시달려 왔다. 이들의 염원을 받아안고, 함께 싸우자고 설득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의 동참은 파업 효과를 높이는 데 사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규모는 정규직의 두 배가 넘는다. 정규직이 파업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업을 계속하거나 대체인력으로 투입되면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실제로 2011년에 한진중공업에서 이런 뼈아픈 일이 벌어졌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지금은 원하청 공동 투쟁을 실현할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