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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제국주의적 전쟁을 시작한 오바마

중동 민중을 위한 전쟁?

9월 22일 시작된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는 수니파 이슬람 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떠든다.

그러나 미국의 폭격 때문에 아이시스가 아닌 많은 평범한 시리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국제 인권 감시 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 국제적십자사도 폭격 때문에 평범한 시리아인들의 처지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는 친정부 시아파 민병대가 미국의 공습으로 세력을 키우면서 수니파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예배를 보던 수니파 70여 명이 보복 살해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한편, 아이시스는 자신이 ‘시아파와 서방이 손잡고 수니파를 학살하는 것에 맞서는 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조차 미국의 공습 이후 아이시스의 인기가 올라갔다고 인정했다.

그 전까지 아이시스와 전투를 벌이던 다른 이슬람주의 세력도 이제 미국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아이시스와 손잡았다. 미국의 공습이 이라크·시리아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공습하는 진정한 이유는 아이시스의 등장으로 중동에서 자신의 패권을 흔들리는 것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관련국 지배자들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모순

미국

2003년 이라크를 침공·점령해서 10년 가까이 3조 달러(3천조 원)가량을 퍼부으며 세운 정부가 아이시스의 위협 때문에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아이시스의 성장은 실로 이라크를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 이 셋으로 쪼갤 위험이 있다.

그리 되면 미국은 현 이라크 정부에 대한 통제력뿐 아니라, 중동 지배자들과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다른 열강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능력도 약해질 것이다. 미국이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오바마는 현재로서는 경제적·정치적 비용이 큰 지상군 투입을 꺼린다. 그 대신 이라크의 정부와 군대를 재정비해서 아이시스를 몰아내려 한다. 그러나 점령 9년 동안에도 하지 못한 일을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 낙관하는 이는 미국 지배계급 안에서도 많지 않다. 미군 내에서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까닭이다.

한편, 오바마는 아이시스를 그 거점인 시리아에서도 무너뜨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시리아는 러시아의 유일한 지중해 군항이 있을 만큼 러시아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그래서 오바마는 미국의 공습으로 아이시스가 약해지면 그 빈 자리를 지금의 친러 성향의 시리아 정권이 채울까 봐 우려한다.

현재 오바마는 시리아 정권 및 아이시스 모두와 대치 중인 온건 반군을 훈련시켜 미 지상군의 대용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에는 미국의 기반도, 동맹 세력도 없다는 문제 때문에 전망은 이라크에서보다 더 어둡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아랍 국가들

이들은 지난 여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폭격할 때는 꿈쩍 않다가 미국이 공습에 나서자 즉각 거들 만큼 철저히 친미적이다. 이들은 이란-시리아 정권들과 경쟁 관계에 있다.

친미 아랍 국가들에는 수니파, 이란-시리아에는 시아파 세력이 집권하고 있어서 종종 종파적 갈등으로 그려지지만, 그 본질은 중동 지역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시리아에서 민중 혁명이 시작되자 이를 이용해 시리아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일부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시스는 직접 무기와 돈을 지원받거나 다른 반군에 제공된 것을 빼앗음으로써 지금의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아이시스가 자신들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세력을 확장하자 미국과 함께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아이시스의 빈 자리를 다시 현 시리아 정권이 채울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또, 이 국가들이 미국의 전쟁을 거드는 것은 자국과 아랍 민중의 환멸을 살 수 있다.

시리아

시리아 정권은 2011년에 민중이 혁명에 나서자 그들을 ‘미국 제국주의의 앞잡이’, ‘테러리스트’로 매도했다. 그리고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지금까지 19만 명 넘게 살해했다. 또한 시리아 혁명을 분열시키려고 아이시스가 장악한 도시들은 일부러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전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아이시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자 시리아 정권은 재빨리 환영하면서 미국에게 아이시스와 싸울 때 자신의 협조를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수렁에 빠지면서 이란은 이라크 정권에 대한 영향력이 전보다 커졌다. 시리아 정권은 이란의 동맹이다.

아이시스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이익과 동맹을 위협하기 때문에 이란은 아이시스를 무너뜨리길 원한다. 이라크의 친정부 민병대와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중동의 발암물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란·시리아·이라크 등지의 지배계급들은 이처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이라크·시리아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적대적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아이시스는 반제국주의를 표방하지만, 아래로부터의 운동에도 적대적이다.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아이시스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혁명가들이 독재 정권과 싸우다 죽은 이의 열 배에 달한다. 이라크에서도 아이시스는 시아파 사원을 폭파하는 등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오바마는 이런 아이시스를 “암 덩어리”에 비유했다. 하지만 아이시스를 낳은 ‘1급 발암물질’은 바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었다. 오히려 이라크 민중은 아이시스 같은 세력의 부상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미국이 수립한 것과 다름없는 이라크 정부가 이를 탄압했다.

미국은 시리아인들이 독재자에게 학살당하는 것에도 진정으로 관심 있는 것이 아니다. 올해 초 미국은 시리아 혁명 진영한테 정권 퇴진을 요구하지 말고 연립정부 구성 같은 ‘정치적 해법’을 수용하라고 윽박질렀다. 이제 와서 미국이 온건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리아에서 아이시스를 물리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부를 세우거나 적어도 그런 압력을 행사할 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질서 전체에 반대해야 한다

미국이 공습을 중단하고 손 떼는 것이야말로 중동 민중을 위한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으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들만 1백80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그동안 미국이 중동에서 저지른 해악은 아이시스보다 비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운동 내 스탈린주의자들은 미국이 공습을 개시하면서 시리아 정권의 요청이 없었다는 것이나 유엔 안보리를 거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다. 미국 제국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시리아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 제국주의(안보리의 일원이다)를 진보적이라 여기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는 제국주의를 단지 미국의 횡포만으로 여기지 않고 경쟁하는 열강의 국제적 시스템으로 본다. 그 속에서 시리아와 러시아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미국과 거래할 세력들이고 과거에도 실제로 그랬다. 또한 마르크스주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제국주의에 반대할 진정한 동력으로 본다. 자국에서 잔혹한 독재를 일삼는 시리아의 아사드와 러시아의 푸틴은 진정으로 반제국주의적일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전쟁 지원 말라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공습에 ‘인도주의적 지원’만 하겠 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지원도 미국의 전쟁을 정치적으로 돕는 것이다. 오바마는 수십 개 국가가 공습을 지지한다고 강변하는데 여기에는 ‘인도주의적’ 지원국들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현지의 친제국주의 세력을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음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그래서 ‘인도주의적’ 지원은 군사적 지원을 앞둔 포석일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