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동조합 위원장 인터뷰’를 읽고:
노동자 양보에 문을 열어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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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연대〉 135호에 실린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 시도를 잘 반박하고 공무원노조의 투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이충재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재정적자를 빌미로 공무원연금을 공격하고 곧이어 공적연금 전반을 공격”하려 한다.
이에 맞서 공무원노조 등 가장 잘 조직돼 있는 노동자들이 정부의 공세를 막아내고 “단지 공무원연금만 지키는 게 아니라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충재 위원장의 호소처럼, 현장의 투사들과 좌파 활동가들은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선언한 공무원노조를 지지하고 광범한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충재 위원장이 다른 언론과 인터뷰한 것을 읽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다. 이충재 위원장은 얼마 전 〈한겨레〉 인터뷰에서 “나도 공무원의 한 사람이지만 그런[월 3백만 원을 웃도는] 고액 연금은 좀 문제가 있다. 가능하면 연금 상한액을 설정하는 게 형평성 측면에서 맞다. … 공무원연금을 손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당·정·청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 기초연금 개혁이란 큰 그림을 그린 뒤에 공무원연금을 손봐야 하고, 그럴 경우 공무원도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 하고 말했다.
이충재 위원장은 상대적으로 더 받는 공무원의 연금을 일부 양보하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정부의 공세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향후 불필요한 양보와 타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새누리당 이한구는 ‘하후상박’을 말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공무원 노동자들 중 상대적으로 더 받는 노동자의 연금을 깎아 그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의 연금을 메우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충재 위원장의 관점은 ‘고연금 노동자 양보론’에 문을 열어줄 우려가 있다.
설령 상대적으로 더 받는 공무원들의 연금을 줄이더라도 적게 받는 공무원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이러한 양보 제스처에 감동하기는커녕 이를 명분 삼아 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이들은 위아래 모두의 연금을 깎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악마에게 한 손가락을 내밀면 곧 몸 전체를 요구하는 법이다.
무엇보다 이런 태도는 정부가 아니라 우리 진영의 투지와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저들이 말하는 고연금과 형평성 논리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편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지배계급의 공세에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물론 공무원 내부의 연금 격차는 해소돼야 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적게 받는 공무원의 연금을 올리고, 국민연금 수령액도 대폭 올려서 상향평준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금 고갈을 빌미로 그 책임을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분명히 반대하는 동시에, 낮은 수준의 연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받는 것을 지지하며 노동자 간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와 지배자들의 공세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는 이충재 위원장의 고심은 십분 이해하지만, 자칫 저들의 공세와 이데올로기적 정당성만 강화할 수 있는 불필요한 양보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