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파견제·시간제 늘리는 나쁜 일자리 확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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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현안은 비정규직. 임기 중에 꼭 해결하겠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최근에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10월 중에 그럴듯한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개 실속 없는 영화는 예고편으로도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그렇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기본 골자는 이미 노동계의 우려를 산 바 있다. 민주노총은 곧 있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기조에도 ‘기만적인 비정규직 종합대책 규탄’을 포함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대책은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책이라 하기엔 너무 꾀죄죄한 수준인데다, 파견제·시간제 확대 등 나쁜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규직 전환 대책은 거의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간제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파견·시간제·안전업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개별 작업장의 “자율 협약”과 인센티브 제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주들이 불법·탈법까지 동원하며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 없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
위선
게다가 정부 스스로 자랑하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책’이 바로 그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년 6개월 사이에 ‘5만여 명을 정규직(실제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최근 6년간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2008년 13.5퍼센트에서 지난해 20.7퍼센트로 되레 늘었다. 정규직 비중은 7퍼센트 감소했다.
특히 이중 착취의 굴레 속에 신음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비중이 23.3퍼센트나 늘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비정규직 사용 제한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고용안정 대책으로 제시하지만, 그것이 기간제보다 상대적 고용안정 효과가 있기는 해도 실질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학교 현장 등 공공부문에서는 무기계약직을 계약해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관련 노조들은 한 목소리로 “허울뿐인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실질적인 정규직화 계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사실, 무기계약직은 저임금·차별·열악한 조건 등 때문에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은 비정규직’이라고 불린다. 정부는 이번에 ‘무기계약직 전환 때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경력 보장 비율은 회사에 맡긴다”고 해 그조차 실효성이 의심된다.
징검다리
무엇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시간제, 파견제 확대 등의 개악 조항들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14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모든 부처들을 동원해 기존의 전일제 일자리를 저질의 시간제 일자리로 강제 전환·확대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파견제 확대도 머지 않아 추진될 듯하다. 정부는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을 제공하기 위해 파견 업무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현행법상 32개 부문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업무를 고령자에 한해 제조업과 절대 금지 업무를 제외한 전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견제도는 불안정한 일자리, 열악한 노동조건, 낮은 임금 등으로 얼룩진 간접고용의 대명사다. 정부 대책으로 일부 고령자의 재취업을 약간 늘리는 통계상의 성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보장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령자 파견 확대는 전반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약화시킬 것이란 점에서 위험하다. 박근혜 정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자들부터 시작해 전 연령대, 전 업종 파견 허용으로 가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조업 등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사내하도급법 도입’을 약속했다. 정부는 올 초에도 경제혁신3개년 계획에 이 구상을 담았다.
사내하도급법은 파견의 범위를 확대해 불법파견을 합법으로 둔갑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 판결조차 이행하지 않는 정몽구 같은 자들에게 정규직 전환 책임을 회피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결코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노동운동은 비정규직의 엄격한 사용 제한과 간접고용의 직접 고용·정규직 전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