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파견제 확대, 기간제 개악:
박근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양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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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악취를 풍기고 있다. 최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점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살이 보여 준 것처럼 기업주들은 2년 계약조차 2개월, 3개월씩 ‘쪼개기’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려 왔다. 또한 기업주들은 “돌려막기[2년마다 새로 고용하는 것]”, 외주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2년 이상 기간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을 처벌하기는커녕, 아예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1년 더 쓰게 하려고 한다.
역겹게도 이기권은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무엇이 절실한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위하는 척한다.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될래, 1년 더 비정규직 할래?’ 하고 묻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협박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
또, 정부는 “기간제를 제한했더니 간접고용이 늘어났다”며 기간제 연장이 소위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도둑질을 못 하게 하면 강도질을 하니, 더 마음 편히 도둑질을 하게 놔두겠다는 것이다.
평생 비정규직
최근 OECD의 발표로도 한국의 정규직 전환율은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비정규직 10명 중 고작 한 두 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대다수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전전해야 한다.
이처럼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말만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보호”일 뿐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쉽게, 더 많이 사용하게 하는 방안으로 가득 찰 공산이 크다.
저질 일자리인 시간제를 확대하고, 파견법 규제를 완화하고, 이제 기간제조차 개악하려 한다. 뿐만 아니라 현대판 인간 시장이나 다름없는 직업소개소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해 주려 한다. 직업을 구하는 것조차 ‘고용 서비스’란 이름으로 돈벌이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규직 전환 대책으로 언급되는 것은 “자율 협약”, “인센티브 제공” 같은 꾀죄죄하고 실효성도 없는 것들이다. 안전 업무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세월호보다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요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박근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반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쓰레기 대책이 세상의 빛을 보게 할 이유가 없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현대차 사내하청, 케이블방송통신, 학교비정규직 등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박근혜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양산대책”이라며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정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처럼 기간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상시적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간접고용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박근혜는 부자감세·서민증세, 민영화, 연금 개악 등의 공격을 해대며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바로 이런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
그간에도 정부는 비정규직을 마른 수건 짜듯이 쥐어짜고, 또 이를 정규직을 공격하는 데 이용해 왔다. 따라서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도 정부의 비정규직 공격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 지금부터 정부 대책의 본질을 폭로하며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