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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연기:
오바마·박근혜가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10월 23일 미국에서 SCM(한미 연례안보협의회)가 열렸다. SCM에서 한국과 미국은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점을 또다시 연기했다. 그리고 동두천에 주한미군 210 화력여단을, 그리고 용산미군기지에 한미연합사를 잔류시키기로 합의했다.

박근혜는 강대국에게 군대 통제권을 넘겨준 데 굴욕감을 느끼는 대중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를 비롯한 보수 우익들은 전작권 환수 방침이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유산’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히스테리는 보수 우익이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전(前)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 빅터 차조차 전작권이 미군에 맡겨져 있는 게 한국의 주권을 엄청나게 침해한 일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동두천 미군 일부와 용산미군기지의 한미연합사가 남는 것도 어이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용산 미군을 비롯해 한강 이북의 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짓밟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수도 한복판에 미군기지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작권, 미군기지 잔류 같은 중대한 사안을 공개적 논의 없이, 한·미 국방장관들의 합의로 결정해 버린 것도 아주 비민주적인 행태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

그러나 이번 SCM의 결정은 좀더 넓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애초에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 전환 합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던 부시 정부가 강력하게 원했던 바였다. 이때 미국은 주한미군의 일부를 이라크로 보낼 만큼 중동 전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지정학적 부상을 동아시아에서 직접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패권 전략을 조정해 왔다. 지금의 전작권 논란은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오바마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천명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늘리고, 동맹 관계를 확대·강화해 왔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을 견제할 국가들의 동맹을 구축하려 애썼다. 여기에 한국도 동참해 한·미·일 동맹이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한테 군비 부담도 떠넘기고 싶어 한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MD(미사일 방어망)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했다. “통합된 MD 네트워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제도화된 집단안보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 MD 구축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일본·한국·호주 같은 동맹국들이 상당 부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은 전작권 문제를 보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에 한국을 더 끌어들일 수 있고 군비 부담을 대폭 떠넘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 ‘당분간’ 한국의 전작권을 손에 쥐고 있는 게 낫겠다고 보는 듯하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에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가 들어간 것도 미국이 전작권 문제를 대중국 견제와 연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역내 안보환경의 사례로 남·동중국해 분쟁을 꼽았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전작권 환수 연기 요청을 한국의 MD 편입을 비롯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킬 지렛대로 삼았음을 지적했다. “[2013년] SCM 회의 참석차 방한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은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MD는 분명히 아주 큰 부분’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MD 협력 강화

박근혜 정부는 이번 SCM에서 미국 MD 협력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SCM 성명에서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개념 및 원칙”을 정립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타격·감시 장비는 물론 한반도 바깥에 있는 미국의 MD 자산까지 동원해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즉, 한국의 미국 MD 협력을 전술적 수준에서 구현하는 방안을 내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MD 구축에 필요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주한미군 외에 MD 자산도 이용하기로 했으므로, 한국의 비용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조사국은 미군의 괌 기지 확장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리고 이번 SCM에서 “미군 전력의 한반도 순환배치”가 언급됐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중동 등지의 미군 일부를 아시아로 이동시켜 순환배치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도 중국을 겨냥한 순환배치의 일부인 것이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한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상당한 군비 증강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대 중반까지 전력 증강을 위해 한국이 추가로 쓸 돈이 무려 40조~60조 원에 이른다.

한국의 군비 증강은 동아시아 불안정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하다. 또한 그만큼 노동자들의 복지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2013년 한국의 군비 지출은 세계 10위이지만,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 비율은 OECD 34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MD 협력이 깊어질수록 중국의 반발과 맞대응을 부를 것이다. 박근혜의 친미 정책이 한반도와 그 주변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