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악론의 좌파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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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주의 운동의 주요 인사 중 한 명인 나오미 클라인의 차악론은 아마 가장 좌파적인 버전일 것이다.
대부분의 차악론자들과 달리 클라인은 부시와 케리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시와 그의 정책들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케리에 대한 비판을 삼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차악론의 요점은 두 가지 이다.
첫째, 이번 대선은 부시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이다. 또, 미국 제국주의 아래서 신음하는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이라크인들은 부시가 재선되면 "미국 사람들"이 부시의 전쟁을 승인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한다.
대안
그러나 반전 운동은 이번 선거를 단순히 부시에 대한 심판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클라인 자신이 말했듯이, 케리가 부시의 의제를 좀더 ─ 지능적이고 합리적이며 지루하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면 케리에게 투표하는 것도 어쨌든 전쟁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다.
더욱이 이라크인들은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가 8년 동안 자신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짓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부시의 이라크 침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라크인들에게 알려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쟁에 찬성하는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점령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둘째, 클라인은 미국에서 좌파가 성장하려면 부시를 패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리 정부 하에서 좌파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버리는 부시라는 장애물이 제거될 것이기 때문이란다.
클라인은 이렇게 주장한다. 좌파가 부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치·경제·역사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모두 시야에서 놓쳐 버리고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의 아주 기묘한 개성들에만 주목하게 된다. … 케리처럼 따분한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만 우리는 마침내 대통령병을 끝장내고 진정한 쟁점들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주장은 일리가 있다. 미국 좌파의 가장 큰 약점은 역사적으로 선거 때마다 노동계급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민주당에 투항해 왔다는 사실이다.
부시 같은 괴물이 백악관에 앉아 있으면 민주당이라는 대안이 아무리 우파적일지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클라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회피하는 것이다.
좌파가 부시를 비난하기를 멈추고 미국에서 주류 정당들이 대표하는 불공정한 체제에 도전하는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면, 그 일을 왜 지금 당장 시작해서는 안 되는가?
현상 유지와는 다른 진정한 대안을 대변하는 독자 후보를 지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좌파가 랠프 네이더를 비판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예컨대, 그는 우파인 개혁당의 승인을 받으려고 애를 쓴 바 있다.
그러나 네이더 선거 운동의 핵심을 알 필요가 있다. 즉, 더 큰 그림을 볼 때 이번 대선에서 네이더의 출마가 뜻하는 바는 양당 체제에 대한 좌파적 도전이다.
네이더에게 투표하는 것은 부시의 의제라는 악―그것이 더 큰 악이든 작은 악이든―에 반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미래의 정치적 대안 건설에 기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