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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국제 심포지엄: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을 배워야

11월 25일과 26일, 민주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 참여연대가 함께 “노후소득 보장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연금 전문가가 직접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자들은 연금 개악이 비단 한국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님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또 한결 같이 정부의 일방적 강행을 비판하고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공적연금 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연금 제도는 이런 나라들과 비교해도 국가 책임 수준이 너무 낮다. 그나마 나은 제도인 공무원연금만 두고 봐도 그렇다. 2007년 기준 GDP 대비 공무원연금 지출 비율은 프랑스 3.2퍼센트, 독일 1.7퍼센트, 일본 0.9퍼센트인데 한국은 고작 0.6퍼센트다. 정부 부담률도 이들 나라들의 23퍼센트 수준이다.

그런데 발제자들이 각 나라에서 연금 개악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발제자들은 연금 개악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만 지나치게 강조했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공적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프랑스 정부 역시 수차례 연금 개악을 시도했고 노동자들은 어떤 때는 개악을 막았고, 어떤 때는 패배했다. 1995년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는데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함께 파업을 벌인 결과 연금 개악을 막고 우파 정부를 물러나게 했다.

반면 2003년에는 패배했다. 투쟁 초기의 열기는 1995년보다 높았지만 가장 규모 있는 부문이 파업을 미루는 사이 열기는 식어갔다. 결국 우파 정부는 개악안을 통과시켰고 몇 년 뒤 정권을 연장할 수 있었다.

반면 독일은 노동자 투쟁도 없이 정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악안을 받아들였다.

2001년 독일 사민당 슈뢰더 정부는 연금 개악을 하면서 ‘리스터 연금’을 도입했다. 리스터 연금은 국가가 일부 지원해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독일에서 온 발제자는 이것을 '실험'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이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보증이율'은 2012년에 1.75퍼센트로 물가상승율보다 낮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 발제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 '좌파당'에서는 리스터 연금을 폐지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해 한국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된다. 발표자는 ‘공무원노동자 보수수준이 민간부문보다 높은 현실에서 모든 언론이 공무원연금 개악을 요구하고 여론이 이에 호응해 노동자들이 반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즉 일본은 낮은 민간부문 임금 수준을 지렛대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하향평준화가 진행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공무원연금 개악은 국민연금의 개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많은 현장 활동가들이 해외 투쟁 사례를 궁금해 한다. 이런 사례들에서 올바른 교훈을 이끌어 내려면 무미건조한 제도 변천사보다 그 나라 노동자들이 연금 개악에 맞서 어떻게 싸웠는지를 배워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토론회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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