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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제국주의 강도들이 피라미 독재자를 상대로 벌이는 위선적 압박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리고 조만간 미국과 서방 정부들이 주도해 유엔총회 전체회의에서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할 것 같다.

북한은 이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3위원회 회의 석상에서 북한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국가사회제도를 전복하기 위한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의 포악무도한 반공화국 인권소동은 우리로 하여금 핵시험[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북한 외무성도 핵실험을 시사했다.

사실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유엔 총회는 2005년부터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이 왜 이번에는 핵실험까지 시사하면서 반발하는 것일까?

이번 결의안은 예전보다 훨씬 강경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 내 인권 침해를 최고위층(김정은!)의 정책에서 비롯한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따라서 이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중국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 ICC에 회부될 개연성은 낮다. 그럼에도 ICC 회부가 유엔 결의안에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외교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에게 반인도적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보호책임(R2P)” 개념을 적용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I)의 보고서를 인정하고 있다.

“보호책임”은 “인도적 개입”의 다른 이름이다. 1999년 미국이 주도한 나토군은 “인도적 개입”의 이름으로 78일 동안 발칸반도를 공습했다. 이 때문에 “인도적 개입”은 곳곳에서 비난을 샀다. 이런 비난을 피하려고 2005년 유엔이 들고 나온 게 바로 “보호책임” 개념이다.

“보호책임”도 인권을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적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2009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낸 보고서인 《보호책임의 이행》은 “경고, 제재, 무기유입 제한” 등 강압적 조처와 “신속대응군의 투입”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반기문은 나토군의 리비아 개입을 두고 “국제 사회가 보호책임 개념을 적용해 나선 첫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따라서 NGO 성향의 조효제 교수 등이 “보호책임” 개념을 수용한 것은 여러 혼란을 자아낼 수 있다.)

이번 결의안이 가까운 시일 내 군사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김정은은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의 운명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보호책임

물론 북한에는 인권 유린이 실재한다.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국가 관료 계급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려고 억압적 조처들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이다. 스탈린주의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오히려 우익에게 이로울 뿐이다.

그러나 서방 지배자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김정은은 북한 국경 내에서 북한 주민 2천5백만 명의 인권을 유린하지만, 서방 지배자들은 전 세계에서 70억 인구를 상대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 유엔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겠다지만,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조지 부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북한의 인권은 제국주의적 개입과 압력으로 개선될 수 없다. 미국의 북한 인권 운운은 대북 압박과 이를 통한 패권 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제국주의 국가의 위협은 오히려 북한 지배자들에게 억압적 조처들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해 안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자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공조해야 할 필요 때문일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임박한 진보당 해산 심판 선고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보일 테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의 태도가 정말 꼴사납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별도로 북한인권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연내 처리에도 동조하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과 북한인권법 통과는 가뜩이나 정치적‍·‍군사적 긴장이 큰 한반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만약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이를 대중국 견제의 명분으로 삼아 강경하게 나설 것이고, 그리 되면 2013년 봄과 같은 긴장 상태가 재현될 수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 없고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이다. 하지만, 서방 열강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력 행사와 개입은 북한 노동자들이 자력 해방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오히려 차단할 뿐이다. 따라서 좌파는 서방 강대국들의 대북 압박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