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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아직도 눈감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기록

《눈먼 자들의 국가》, 김애란 외, 문학동네.

“어떤 경우에도 진실은 먼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며 정당한 슬픔은 합당한 이유 없이 눈물을 그치는 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제 이 책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계간지 『문학동네』편집 주간의 말이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진실을 위해, 문인과 사회학자 12명이 《눈먼 자들의 국가》에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박민규). 세월호가 침몰됐을 때, 정부는 구조 활동을 방기했다. “지상 최대의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던 언론의 재난 방송은 “그 자체가 재난”(전규찬)이었다. ‘언딘’이라는 민간업체가 구조 활동을 독점했고, 정작 유가족들이 원하는 구조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골든타임이 지나고, 아이들은 한 명도 살아서 나오지 못했다.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세월호가 침몰하자 “제일 먼저 배를 빠져나간 것은 대통령과 청와대였다”(박민규). 사람들은 진상규명을 원했지만 국정조사는 온갖 비협조와 망언으로 채워졌다. 정부와 여당은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은폐했고, 유가족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기하고 새누리당과 기만적 합의를 하면서 유가족을 배신하고 운동의 힘을 뺐다. 세월호 특별법은 결국 합의됐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과 사고

《눈먼 자들의 국가》는 ‘사건’과 ‘사고’를 구분해서 쓰고 있다. 편집자 신형철은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배자들의 프레임은 사고-보상이었다는 것이 명백했다.

남한의 지배자들에게 세월호란, 경제 위기의 고통전가를 위해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걸린 재수없는 사고 정도였다. 박근혜 정부는 이 문제로 발목 잡히길 원치 않았다. 지배자들이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은 그들이 상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철저히 이해관계를 따랐기 때문이다.

그 이해관계란 더 나아가 바로 자본주의의 이윤체제와 연결돼 있다. 세월호 사건의 원인도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체제에 있다. 18년도 더 된 낡은 선박에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무리한 증축을 하고, 선원들 역시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었다. 안전시설이 열악한 건설·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역시도 세월호와 꼭 닮아 있다. 남한의 지배자들은 이윤을 위해 생명을 팔아먹는 의료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 결국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면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해야 한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아직 우리가 4월 16일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절절하게 말하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 실린 학자들의 논문은 다소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공공성의 복구’를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시만사회의 복원’을 제시하는 전규찬의 글이나, ‘저항의 일상화’라는 정신분석학적 대안을 제시하는 김서영의 글이 그렇다. 현실을 명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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