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셈 민간 포럼 참가기-운동의 건설이 강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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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건설이 강조되다
〈다함께〉 기자 김용욱이 다함께를 대표해 TNI(초국적연구소)의 재정 지원을 받아 아셈 민간 포럼에 참가했다. 아셈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의 약어이고, 포럼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렸다.
위대한 반제국주의 투쟁의 상징인 베트남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면서 나는 〈포춘〉이 선정한 5백대 기업 중 적어도 1백 개의 광고를 보았다. 그렇게 많은 다국적기업 광고판을 한꺼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베트남 공산당은 더는 반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다. 지난 20년 간 공산당 지도부는 제국주의 세계 경제에 편입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라크인의 저항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베트남 국방장관은 도널드 럼스펠드를 만나서 과거를 잊고 미래의 파트너가 되자고 우의를 다졌다.
공산당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복지 제도는 뼈대도 남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는 베트남의 의료 체제가 193개국 중 160위라고 평가했다.
수출 주도 경제 베트남에서도 민주주의는 구경하기 힘든 특산품이다. 공산당은 내부 문건에서 국제 반동 세력이 풀뿌리 민중을 현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 국제 반동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 냈다. 불교도, 정치적 반대자, 사이버 반대자, 소수민족 기독교도. 그들은 지금 감옥에 있다. 경제 발전에는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베트남 정부는 아셈민간포럼을 자기 정책의 선전장으로 삼으려 했다. 그들은 매일 오전 전체 미팅에서 평화․복지․민주주의에서 베트남이 이룬 성취를 발표했다.
다행히도, 베트남 정부 발표자들은 지정 토론자들과 청중의 도전을 받았다. 토론자들은 베트남이 내년에 WTO 가입을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주의적 교육과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한 NGO 활동가는 노동자들이 독립노조를 건설할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베트남 정부는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독립 노조
또, 아셈은 인권과 복지가 아니라 자유 시장을 확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참가국 중 다수가 기초적 노동권도 보장하지 않는다 등 아셈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원래 아셈 민간 포럼은 매우 온건한 의도로 기획된 포럼이었다. 이 포럼의 목적은 아셈 정상회담에 참석할 유럽과 아시아의 지배자들에게 제안할 건의안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참석자 중에는 관변단체 출신자들도 있었다.
경제 사회 안정, 분쟁 조정 등 포럼 주제들은 아주 신중하게 선택된 온건한 단어들을 사용했다. 베트남 지배자들은 이런 온순한 포럼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셈 민간 포럼에서 좌파 단체에 속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세계사회포럼의 많은 워크숍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토론은 지배자들에 대한 조언보다는 운동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에 더 집중됐다.
물론 모든 참가자가 이런 분위기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한 싱가포르 NGO 인사는 우리는 아셈에 전달할 제안을 내놓는 것이 목적인데, 왜 운동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소수였다.
많은 활동가들은 다양한 쟁점이 서로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노바2001 조직자였고 지금 유럽의회 의원인 비토리오 아뇰레토는 평화운동 토론에서 발표자들에게 평화 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 논평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한 이주노동자 운동 활동가는 사유화 토론에서 물 사유화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물값 인상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고 주장했다.
소수이지만 일부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인도의 반전․반핵 활동가 아친 바냑은 전쟁 문제는 자본주의와 연결돼 있다. … 우리는 이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더 급진적 대안을 바라고 있지 않은가 질문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당연하게도 참가자들의 의식은 불균등했다. 어떤 토론에서는 운동의 미래를 둘러싸고 상이한 입장들이 날카롭게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