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씨의 주장은 토론할 문제이지 법적 단죄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11월부터 재미동포 신은미 씨는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와 함께 자신의 북한 여행기를 얘기하는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보수 언론은 이 행사를 ‘종북’ 콘서트라 규정하며 맹렬하게 비난한다. 경찰은 신은미·황선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신은미 씨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재입국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한 한 고등학생이 신은미 씨에게 황산이 든 폭발물을 투척하기도 했다.
우파들이 신은미 씨를 “종북녀”라며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진보당 문제와 관련이 크다. 헌재의 진보당 해산 심판 선고와 대법원의 이석기 사건 판결이 눈앞에 있던 시점에, 우파들은 이 결정에 영향을 주려고 신은미·황선의 토크콘서트를 종북 논란의 불쏘시개로 써 먹었다.
‘청와대 문건’ 폭로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도 물타기용으로 이를 이용했다. 12월 15일 박근혜는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이 있는 일부 인사들이 …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 양 왜곡·과장”한다며 신은미 씨를 비난했다.
불쏘시개
그러나 신은미 씨 등이 우파들한테 공격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이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었든, 그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다.
우파는 신은미 씨가 북한 여행 경험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게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에 해당한다면서도, 2002년 당시 김정일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람”이라고 칭찬한 박근혜는 문제 삼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와 우파들의 ‘종북’ 몰이는 진보·좌파 내에서 북한 사회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를 어렵게 한다. 국가 탄압이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신은미 씨 등의 북한관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박근혜 정부와 우파의 신은미 씨 공격을 반대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