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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위원장·중집의 현대차 신규 채용 합의 수용:
중집 결정 폐기 연서명 등을 확대하자

금속노조 전규석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회가 현대차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8·18 합의’를 사실상 인정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8·18 합의는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대신 신규 채용을 수용한 문제가 있어 지난해 11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6일 금속노조 중집은 합의를 “존중”한다는 내용의 평가서를 통과시켜 대의원대회 결정을 사실상 번복했다. 전규석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13일에 “10여 년 투쟁의 결과물이자 우리의 과제”라는 표현까지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합의를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 울산과 아산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8·18 합의 이후 법원이 현대차의 생산공정 사내하청 전원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는데도, 금속노조 중집은 법원 판결에도 못 미치는 신규 채용 합의를 인정했다.

특히 이번 중집 결정은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것이어서 비판을 사고 있다. 당시 대의원들은 비록 8·18 합의가 이미 현장에서 관철되고 있지만, 법원 판결도 있는 마당에 합의에 발목 잡히지 말고 투쟁하자는 쪽의 손을 들어 줬다.

반면, 자신이 체결한 합의에 흠집이 생기고 정치적 명분을 잃은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크게 반발했다. 그는 ‘금속노조에 대한 특단의 조치’ 운운하며 대의원대회 결정을 뒤집으려고 안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규석 집행부는 결국 이경훈 지부장의 압박에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 대의원들의 뒤통수를 치는 평가서를 내놓은 것이다.

반발 확산

위원장의 담화문이 발표되자마자, 8·18 합의를 거부하며 투쟁하고 있는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와 아산 조합원들은 금속노조 1층 로비에서 항의농성을 시작했다.

이런 노동자들을 지지해 현대차 불법파견 공대위와 좌파 단체들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노동자연대는 15일에 성명을 발표했다).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중집 결정과 위원장 담화문 폐기 등을 요구하는 조합원 연서명이 조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전규석 위원장은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항의를 수용하기는커녕, 이번 조처가 ‘합의의 법적 실효성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뿐’이므로 대의원대회 결정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위원장의 동의 절차 없이 지부·지회별 합의가 이뤄져 왔다’며 8·18 합의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형식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유감스럽게 중집 성원 대부분도 자신들이 맺은 합의가 대의원대회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 전규석 집행부와 한 배를 탔다. 좌파로 분류되는 중집 성원들도 한두 명을 제외하곤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금속노조 중집이 8·18 합의를 수용한다고 밝힌 이상, 그것은 단지 법리적 실효성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대의원대회 결정이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금속노조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가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전환 투쟁의 정치적 정당성을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8·18 합의가 현대차뿐 아니라 많은 불법파견 작업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금속노조 중집은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8·18 합의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기아차 사측이 현대차와 유사한 신규채용 합의안을 관철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의 뒤를 봐주려고 파견 기준을 완화하려 한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형식 논리를 앞세워 눙치는 것은 부정직한 태도다.

무엇보다 임금체계 개악, 해고요건 완화, 파견 확대 등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공격에 맞선 ‘총파업’ 계획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민주노총의 오른팔인 금속노조의 집행부가 투쟁의 대의를 훼손해서야 되겠는가.

전규석 위원장은 ‘이제 더는 갈등을 지속하지 말고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지만, 도대체 누가 이 집행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일부 금속노조 임원들은 ‘미워도 현대차지부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파 관료에 굴복해 투쟁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는 지도부라면, 그 자리를 지키는 의미는 뭘까?

전규석 집행부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투쟁의 동력은 이경훈 지부장 같은 노동조합 우파 관료들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에서 나온다. 우파 관료들의 눈치를 보며 조합원들에게 실망과 냉소를 줘서는 이들을 투쟁으로 모아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금속노조의 투사들은 중집 평가서·위원장 담화문 폐기 연서명 등을 적극 조직하며,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를 실천하고 투쟁의 대의를 지켜야 한다. 이는 박근혜의 파상공세에 맞선 투쟁을 구축하는 것과도 동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