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사회주의자들의 대응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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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통역사 천경록 씨가 〈샤를리 에브도〉 사건과 그 여파를 놓고 최근 유럽의 몇몇 사회주의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혁명적 좌파의 대응이 사태 전개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한다.
프랑스
좌파의 취약한 대응
〈샤를리 에브도〉 사건은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 공세에 이용됐는데, 급진 좌파의 극히 취약한 대응은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극소수 좌파만이 ‘내가 샤를리다’ 구호에 반대했고 꽤 많은 급진 좌파들이 1월 11일 “공화주의 행진”을 지지했다. 반자본주의신당 NPA는 이 행진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무슬림 혐오에는 분명하게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진 불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프랑스 좌파들의 이런 대응은 프랑스 무슬림들의 고립감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비록 극소수이겠지만 그중 일부를 지하드 세력의 품으로 떠미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런 사태 전개 때문에, 유럽에서 인종차별적 우익과 파시즘 세력의 부상에 맞서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다가올 3월 21일 ‘인종차별 반대 국제공동행동’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날 프랑스에서 규모가 작더라도 시위를 조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한편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프랑스 단체는 최근에 NPA 속에 거의 용해되다시피 한 탓에 지난 몇 달 동안 반反파시즘 전선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다. 파리 행진이 열린 당일 전국 회원 총회를 소집했는데 소수만이 참석했다. 이후 그들은 독자적 조직을 부활시키는 데 열의를 보이고,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인종차별 반대운동 네트워크를 통해 3월 21일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분출하다
독일에서는 아주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샤를리 에브도〉 사태 전부터 무슬림 혐오 세력의 위협적인 준동이 있었다.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는 무슬림 혐오와 유럽연합 반대를 내건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퍼센트를 득표했고, 훌리건들이 쾰른에서 나치 4천 명과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페기다[‘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의 경우 지난해 12월 드레스덴에서 수백 명 정도가 모인 시위로 출발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매주 월요일 3만 명이 모이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이에 대항하는 시위도 등장해 뮌헨에서 2만 명이 모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벌어졌다. 독일 좌파 내에서 우익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런 위기감 때문에 독일 전역에서 12만 명이 인종차별 반대 행진을 벌였다. 2003년 반전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거리 운동이다.
덕분에, 막상 우익은 샤를리 사태로 재미를 못 보고, 오히려 위기감을 느낀 좌파의 대응이 정세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메르켈이 ‘무슬림은 독일 사회의 일부분’이라고 세 번이나 (처음으로) 강조해야 했던 것도 이런 압력의 결과였다. 시위는 ‘내가 샤를리다’라는 팻말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으로 좌파적이었고 인종차별에 반대했다. 사람들은 페기다 등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려고 시위에 나왔다.
좌파의 정치적 개입이 중요하다
독일의 운동은 고무적이지만 그 안에는 사상적 혼란도 있다. 페기다 반대 행진 참가자들은 대체로 천대받는 무슬림들에 대한 연대감을 갖고 있지만, 무슬림 혐오가 오늘날 유럽에서 인종차별의 주요 형태임을 명확히 인식하진 못한다.
무엇보다, 지금 독일에서 메르켈이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는데 정작 디링케(좌파당) 상층 지도부가 소극적인 것은 불길한 조짐일 수 있다. 오늘날 프랑스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주류 우익 정당들이 그런 논의를 주도하도록 좌파들이 방치했기 때문이다. 좌파가 지금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독일의 혁명적 좌파는 과감하고 선명하게 주장하면 분명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독일 단체의 잡지 〈마르크스21〉은 ‘내가 샤를리다’ 행진 이틀 뒤에 ‘왜 우리는 샤를리가 아닌가’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띄웠는데 전례없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연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