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논란:
제국주의 간 갈등을 키울 짓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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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로, 미국은 지금껏 이를 한국에 배치하려 애써 왔다.
한동안 잠잠했던 사드 배치 논란은 지난해 6월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한미군 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가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도 사드의 한국 배치 얘기가 미국 정부 안에서 수차례 나왔다.
또다시 2월 10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가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과 지속적 협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 정부는 ‘협의한 적이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나중에 커비도 “공식적 협의나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식적’ 협의가 없다는 말은 “오히려 [한미 간에] ‘비공식적 협의는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 삼아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면 중국 동북부 지역의 주요 군사 활동을 감시하고, 특히 중국 핵·미사일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2012년 이 레이더를 백령도에 배치하자고 한국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체결됐기 때문에, 이 여세를 몰아 오바마 정부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더 강화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대중국 견제 노력에 더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으로 사드 배치 관련 발언을 흘리는 듯하다.
압박용
당연히 중국은 사드 배치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사드 배치 여부가 한중 관계의 ‘레드라인(금지선)’이라는 얘기가 중국 쪽에서 공공연하게 나왔다. 시진핑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에게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4일 중국 국방부장 창완취안도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했다.
이로써,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가 미국과 중국, 두 제국주의 간의 갈등에서 주요 쟁점 하나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 정부와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언제나 ‘뒷문’은 열어놓고 있었다. 지난해 국방장관 한민구는 사드 배치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박근혜 정부는 사드를 직접 ‘구입’하지는 않겠다고 할 뿐, 주한미군의 사드 ‘도입’을 반대한다고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우익은 사드가 ‘대북용’임을 명확히 하고 중국을 설득하면 된다면서 사드를 도입하라고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미국 MD에 편입되지 않는다고 말해 왔지만, 실천은 언제나 미국 MD에 협력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이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 미국 국무부 군축국 수석부차관보 애니타 프리드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한·미·일 3국의] 상호운용적인 지역 미사일방어 구조의 개발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미래의 초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따라서 북한 핵개발 상황이 너무 나아가지 않게 간헐적으로 대화 제스처를 취할지라도,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기존의 ‘전략적 인내’를 고수할 것이다. 북한 ‘위협’을 과장해, 미국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챙길 게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의 지적대로,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미국은 이를 핑계 삼아 사드 배치로 분위기를 몰고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제2의 쿠바가 될 수 있다(즉,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에 나선다)’는 일각의 기대는 당장 현실화되기 어렵다.
사드의 한국 배치나 MD 협력 강화는 모두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의 갈등과 경쟁을 악화시킬 일이다. 이런 시도는 모두 그리고 즉시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