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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려는 오바마
박근혜 정부는 미국 지원을 중단하라

최근 미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군사 개입 수위를 한층 더 높이려는 듯하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이 주도한 공습 수천 건으로 수많은 이라크인과 시리아인들이 목숨과 터전을 잃었는데, 이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2월 11일, 오바마는 향후 3년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이하 아이시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 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오바마는 ‘필요시 지상에서 특수부대를 활용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바마는 ‘지상군 파병은 없다’(2014년 8월), ‘이라크에 지상군을 보내지만 군사작전은 하지 않는다’(2014년 9월)며 조금씩 개입 수위를 높여 왔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또한 미국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아이시스한테서 탈환하기 위해 이라크군과 쿠르드 민병대와 함께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는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중동 개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박근혜는 재정적으로 미국의 개입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과 주류 언론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아이시스의 잔혹한 행위를 막고 인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다. 오히려 미국의 개입은 이라크를 더한층 피비린내 나는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국내 반전·평화 단체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행동 확대는 IS[아이시스]를 뿌리 뽑고 지역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는 결과로 결코 이어지지 않는다”(반전평화연대(준) 성명)며 반대하고 있다.

리비아를 보면 그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있다. 2011년 리비아 혁명 때 독재자 카다피가 사람들을 살해하자 서방은 ‘독재자한테서 리비아인들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폭격을 시작했다. 공습이 마무리된 후 영국 〈가디언〉은 “적어도 인명을 구한다는 목적에 비춰서는 재앙적으로 실패했다”고 폭로했다. 서방이 개입하기 전까지 죽은 리비아인이 대략 1천~2천 명(유엔 추산)이었는데, 서방 개입 후 리비아 내 유혈낭자한 충돌이 격화돼 약 3만 명이 죽었다는 것이다.

더 큰 비극은, 서방 개입으로 혁명이 일탈하면서 리비아는 지금도 내전 직전의 상태로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이시스 세력이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비극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미국 등 서방이 개입한 2000년대 이라크,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에서도 그랬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개입하는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시리아 개입과 박근혜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미국의 비군사적 개입도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는 옳게 반대하면서도, 미국이 “이란까지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 간의 협상과 외교 테이블에 자국 관리들을 앉혀서 시리아 내전을 대화로써 하루라도 빨리 끝내게끔 해야 한다”는 견해가 진보 진영 안에 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정치적 개입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종단·종파·부족 간 갈등을 악화시킨 미국이 시리아에서는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아사드는?

게다가 현실에서 이런 요구는 시리아에서 종파간 갈등을 부추기며 자국민 20만 명 이상을 학살한 아사드 독재 정권을 온전히 남겨 둔다는 문제도 있다. (이란은 그동안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며 학살에 동참해 왔다.) 종파 갈등 조장의 ‘세계 챔피언’(미국)과 ‘마이너리그 챔피언’(이란, 시리아)에게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 대안이 못 된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이 나서야 한다는 접근법은 시리아 혁명이 시리아인들의 아래로부터의 행동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놓친다. 지금도 시리아의 많은 혁명가들은 주변국들의 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시리아인과 이라크인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만이 그 지역의 종파간 갈등을 끝낼 수 있다.

미국 등 제국주의의 정치적 개입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지 못할 뿐더러(미국의 개입으로 ‘권력 이양’을 이뤘지만, 오늘날 반혁명 세력, 알카에다 세력, 정부군이 서로 싸우는 예멘을 보라), 혁명 세력의 잠재력도 억누를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의 군사적 개입뿐 아니라 개입 일체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