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월 26일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연이은 하급심 판결에 이어 대법원까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대법원은 다시금 엔진·차체·서브 등 간접부서까지 포함해 생산직 사내하청 전원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다. 소를 제기한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7명 중 3명이 패소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옛 파견법이 2년 미만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들의 불법파견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했다.
이는 10년 넘게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이 빚은 값진 성과다.
이번 판결은 정몽구의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8·18 신규채용 합의’를 거부하고 싸워 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옳았음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2월 초엔 울산뿐 아니라 아산 사내하청지회도 8·18 합의 폐기를 노조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했다.
그런데도 현대차 정규직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8·18 합의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3월 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대의에 찬물을 끼얹은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평가서를 바로잡고, 다시금 8·18 합의 폐기 방침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현대차 비정규직뿐 아니라,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투쟁해 온 제조업·서비스업 등의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가 고령자부터 파견을 확대하고, 불법파견의 기준을 완화하는 등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이에, 현대차 울산·아산 비정규직지회는 오는 3월 중순부터 전국의 불법파견·위장도급 작업장을 순회하며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와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고, 비정규직 공동 투쟁의 불을 지펴 나가기로 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광범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구성한 ‘(가)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준비위원회도 이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전국 순회를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순회단이 도착하는 작업장과 지역마다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결집해 함께 간담회를 하고 집회를 하며 연대 투쟁의 기운을 모아 나가야 한다.
이는 3월 말~4월 초 파업을 준비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준비해 온 공동 투쟁 건설 노력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해야 한다. 4월 24일 총파업 건설 과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을 조직하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