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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에서 학사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다

건국대학교 당국는 지난 3월 19일, 전면적인 학사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73개의 학과가 63개로 축소되고, 이 과정에서 영화과·영상과, 공예학과·텍스타일디자인학과가 통폐합, 소비자정보학과와 경영정보학과가 폐과된다.

학교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학과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학사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한 적도 없는 “반값등록금”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국대 재단이야말로 학생들의 고혈을 짜서 걷은 등록금을 탕진해 온 원흉이다. 건국대 재단은 스타시티 사업에 투자했다가 커다란 적자를 봤고, 김경희 이사장은 학교 돈을 빼돌리다가 발각돼 학교에서 쫓겨난 전적도 있다. 이런 경영 실패와 부정·부패에 사용된 비용을 학교는 이제 와서 학생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건국대는 학사구조개편안과 함께 학과 평가제 시행도 예고하고 있다. 학과 평가제는 학과 선호도, 학과 소속 교수의 논문 발표 수, 학생들의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개별 학과들을 2년에 한 번씩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 경쟁에서 우위에 선 학과는 정원이 늘고, 경쟁에서 밀린 학과는 정원이 줄거나 폐과된다. 학교 내 학과 간 무한 경쟁을 예고하는 정책인 것이다. 2년마다 구조조정이 시행된다면 2016년에는 통폐합 대상이 아닌 학과도 언제든지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지금은 ‘인기학과’라며 인원을 늘려도 몇 년 뒤에 경제 상황과 취업률 상황이 바뀌면 금세 인원을 줄이고 과를 없애고 명칭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학생들은 “학문을 취업률로 평가하지 마라”며 즉각 저항에 나섰다. 특히 통폐합 대상인 영화과 학생들은 선두로 저항에 나섰고, 투쟁은 곧바로 예술디자인대학 소속의 다른 학과들도 확산됐다. 이 학생들의 본관 앞 천막 농성, 릴레이 단식, 지지 호소 캠페인 등은 학내를 넘어 사회적 관심을 모아내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분노와 불만이 확산되자 학생회 대표자들은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에서 학사 구조조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총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학사 구조조정이 단지 해당 학과 학생들의 문제가 아님을 선포했다. 나도 중앙동아리 노동자연대 명의로 “총학생회가 나서 예술디자인대학 학생들의 투쟁을 모두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점거

전학대회에서 학생회 대표자들이 투쟁을 받아안은 후 투쟁과 사회적 지지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학생들은 학사 구조조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장들의 회의를 막기 위해 학교 본관을 기습적으로 점거해 항의 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학사 구조조정안 결정을 잠시나마 유보시켰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여전히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 측이 내놓은 ‘학사 구조조정 1년 유보안’마저 거절할 만큼 강경하다. 건국대는 지난 3년간 취업률이 계속 떨어져 왔고,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빠르면 6월에 발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따르면 모든 대학은 5등급으로 나눠 인원 감축을 강제하고 재정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말한다.

교육부의 평가도 근본적으로 문제이지만, 학교 측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것은 완전한 책임 회피다. 전임교원 확보율이나 장학금 지원율 지표 등도 있는데 이런 지표는 개선하지 않고, 취업률 낮은 학과의 인원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이 강경한 만큼 학생들도 강경하게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4월 2일 목요일에 예정된 전체 학생총회에 더 많은 학생들이 동참해 투쟁의 향방을 함께 논의하고 ‘총회 직후 점거 돌입’ 등 강력한 투쟁 안건이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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