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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누수 차단’이 아니라 재원 확대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초 공공분야 유사사업 6백여 개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4월 1일 또다시 복지 부문 재정 삭감 계획을 내놨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부적격자를 찾아내어 탈락시키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중복된 복지를 통합해 복지 재정 3조 원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 재정의 누수” 운운하지만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복지가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2014년 GDP 대비 10.4퍼센트로, OECD 평균인 22.4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평균치에 도달하려면 1백40조~1백50조 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사회보험료(GDP 대비 비중, %) 노동자들은 충분한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기업주들의 보험료 부담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노동자 연대

복지 부문에서 ‘부정 수급자’를 강도 높게 가려내는 정책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계속돼 왔다. 이 때문에,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더 나올 부적격자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2009년 1백57만 명이던 기초생활수급자는 2015년 현재 1백32만 명으로 25만 명이나 줄었다. 전체 인구의 3.1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준 것이다. IMF를 불러들인 1997년 경제 공황 이후 급증한 한국의 빈곤인구는 전혀 줄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절대빈곤율은 7.6퍼센트이고, 상대빈곤율도 14.6퍼센트나 된다.

그동안 정부가 가려낸 ‘부정 수급자’ 중 많은 재산을 숨겨두고 부정 수급을 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은 낮은 수급비 탓에 부정기적으로 일을 하거나, 부양 가족(자녀 등) 소득이 늘어난 것이 확인돼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중복 복지’도 통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복지는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중복해서 줘도 부족하기만 하다.

예를 들어, 정부는 일부 지자체가 노인에게 지급하는 ‘장수 수당’을 중복 복지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기초연금과 겹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50퍼센트에 육박한다. 노인 중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이 37.6퍼센트밖에 안 되고, 1인당 연금 수령액은 국민연금 기준으로 월평균 32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수 수당’으로 월 2만~5만 원을 더 줘도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 쥐꼬리만 한 복지마저 줄이겠다는 것이다.

송파 세 모녀

게다가 지자체들이 도입한 출산장려금이나 손주돌보미사업은 양육·보육수당과 겹친다며 삭감하려 하고,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부정 수급’ 단속과 예산 절감에 집중하면, 복지 수급자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낸다. 복지 공무원들도 복지 수급자들을 감시하고 복지 지출을 줄이는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 현재 복지 공무원 1인당 평균 5백여 명을 관리하고 있는데, 복지 삭감에 매달리면 더 많은 빈곤층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이다. 송파 세 모녀 같은 비극이 더 자주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복지 ‘누수 차단’을 명목으로 복지 차단에 나서는 이유는, 국가재정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29조 5천억 원으로 2013년보다 8조 4천억 원 불어났다. GDP 대비로는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0.5퍼센트포인트 뛰었다. 이렇게 재정적자가 늘어난 이유는 경제 성장 둔화로 세입이 줄어들어서다. 2014년 총세입은 고작 2퍼센트 는 데 그쳐, 경제성장률(3.3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경제를 둘러싼 위험요인으로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퍼센트에서 3.1퍼센트로 낮췄다. 지난해 10월 전망치 3.9퍼센트에 견주면 0.8퍼센트포인트나 낮다. 몇몇 금융기관들은 2퍼센트대 성장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올해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정 상황 악화를 복지 구조조정으로 막으려 한다. 경기부양책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는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복지 지출은 ‘방만하다’며 최대한 억제하려 드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복지재정을 확충하면, 복지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 OECD 꼴찌 수준의 형편없는 복지와 수백만 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자 증세로 보편적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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