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가족 우선 채용 조항에 대한 공격,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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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단체협약에 대한 공격의 칼을 빼 들었다. 고용노동부는 4월 14일 1백인 이상 사업장 3천여 곳을 대상으로 단협 시정지도 계획을 발표하고, 20일부터 일제 조사에 나섰다.
이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효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강성 노조가 노동시장 개혁의 걸림돌’이라며 비난을 퍼부어 왔다. 공공부문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단협에 명시된 쟁의권, 기업 복지 등을 후퇴시키는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단협 개악 시도가 핵심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해고나 전환배치 등 노동자들의 고용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 전환배치, 정리해고, 사업 분할·합병·양도·휴폐업, 징계 등을 할 수 없도록 정한 단협 조항들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는 이런 조항이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현장 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자율 개선 사업장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이는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조합들이 투쟁해 만든 최소한의 안전망을 허물려는 악랄한 공격이다.
정부는 이 같은 공격을 정당화하려고 노조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부추기는 야비한 이간질도 시도하고 있다. 1백인 이상 유(有)노조 사업장 30퍼센트가량에서 ‘조합원 가족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시행되고 있다고 과장하며 “사법 처리” 위협을 한 것이다.
정부는 위선적이게도 자신들이 늘 개무시하는 “평등”, “차별 해소”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미사여구와 달리, 정부의 간섭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정부와 회사에 길들이려는 공격의 일환이다. 정부는 이를 지렛대로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는 단협 조항들을 무너뜨리려 한다.
이간질
따라서 정부의 단협 시정 개입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정부가 함부로 노동조합 내부의 문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왈가불가하게 둬선 안 된다.
1980년대 영국에서도 대처 정부는 노조의 “특혜” 해소, “민주적” 절차 도입, 법 질서 확립 등을 내세워 악랄한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
예컨대, ‘개인의 권리 보호’를 내세우며 클로즈드 샵*에 대한 보호 규정을 삭제해 노조를 약화시키고, ‘노조 간부의 특혜’를 해소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탄압·징계를 활성화했다. 그중에서도 연대파업을 이끈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또 ‘노조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노조 간부 선출 규정을 도입하는 동시에, 파업에 대한 사전 투표를 의무화해 비공인 파업을 불법화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노조 활동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제화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시 정부는 위선적이게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말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일 때 가능하다. 노조 민주주의는 정부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정부의 단협이나 규약 시정 압박과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령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에서 지급하고 그 액수를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으로 정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위해 정착시켜야 할 규약이다.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지급해야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 간부들을 통제하며 조합 민주주의를 지키도록 강제하기가 더 낫다.
조합원 가족 채용 특혜 조항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우선 정부가 이 문제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해 투쟁해야 하지만, 자체적으로 이 조항이 과연 노동자 단결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예컨대, 현대·기아차에는 신규채용 시 장기근속자 조합원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단협 조항이 있다. 이것은 회사가 근속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해 온 것이다. 그래서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를 지켜야 할 성과로 여기는 정서가 꽤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 좌파 활동가들은 자기 조합원들만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 계급 전체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특히 IMF 이후 파견법 등이 도입된 이래 비정규직 증가와 차별이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작업장 내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늘어났고, 사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자기 자녀 특혜를 요구하면,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비정규직 동료들,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노동운동의 핵심 과제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동안 좌파 활동가들 사이에 이런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니다. ‘노동자연대’는 여러 해 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 왔다. 현대·기아차지부에서도 ‘조합원 자녀 특혜 조항을 삭제하자’는 대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런 목소리를 더 키워 해당 조항을 폐기하고 대신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요구가 채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