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링케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지 논쟁:
혁명가들은 시리자가 후퇴할 때에도 지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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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시리자가 기존 정치 질서에 균열을 내며 집권한 것은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반대하는 각국 노동자와 좌파를 고무했다. 유럽연합 지배자들이 시리자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에 반대해 시리자 정부를 방어하는 연대 운동도 활발하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다. 독일 지배자들과 주류 언론은 그리스의 부채가 그리스인들의 게으름 때문이라며 독일 정치인들이 그리스에 더한층의 긴축을 강요하라고 요구한다. 독일의 좌파 정당 디링케[독일어로 ‘좌파’라는 뜻]는 지배자들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그리스인들의 긴축 반대 목소리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가 긴축에 반대한다면서도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과의 합의안을 ‘성과’라고 치켜세우자 디링케 안에서 혼란이 생겼다.
본지가 계속 보도했듯이, 시리자 정부와 유럽연합이 2월 말에 타결한 합의안은 전혀 그리스의 긴축을 끝낼 수 없다. 시리자가 긴축을 끝내겠다고 약속하며 당선한 것과 비교했을 때 합의안은 명백한 후퇴였다. [본지 143호,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성명: 시리자-유로그룹 합의안은 결코 통과돼선 안 된다’를 참조하시오.]
디링케 안에서 활동하는 혁명적 사회주의자 슈테판 보르노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전까지 디링케는 아일랜드든 그리스든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반대해 왔다. 구제금융은 그 나라를 돕기 위한 돈이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을 위한 돈일 뿐이고 그 나라 민중을 신자유주의에 더 옭아맨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고, 일부[10명]는 기권했고, 3명이 반대했다.[디링케는 총 64명의 의원이 있다.] 여기에는 [시리자 총리] 치프라스가 찬성표를 던져 달라고 디링케에 요청한 것이 주효했다. 치프라스는 이번 구제금융이 트로이카에 맞설 시간을 벌어 줄 것이라고 했는데, 디링케 의원 다수는 그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디링케의 한 의원은 고민 끝에 구제금융 표결에 기권한 뒤 이렇게 심경을 털어 놨다.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왜 시리자와 함께하지 않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시리자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디링케 안에서 컸던 것이다.
그러나 디링케에 속한 또 다른 국회의원은 “시리자-트로이카의 타협이 아니라 그리스에서 긴축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면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 의원이 속한 ‘마르크스21’ 분파는 왜 반대표를 찍는 것이 옳았는지 설명한 글을 광범하게 뿌렸고, 진보 진영과 급진좌파 안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독일 내의 반긴축 시위가 그리스 덕분에 활력을 얻는 와중에 이는 중요한 주장이었다.
이번 사례는 시리자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오른쪽 길로 향하게 되는 일종의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동시에, 혁명적 좌파는 시리자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결코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보여 준다. 그럴 때에만 시리자보다 더 좌파적인 정치적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