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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악안 저지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여야는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로 인상’이라는 애초 여야 합의 문구는 사라지고 “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 2013년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노동부와 협의까지 해 가며 노조 규약을 수정했지만, 정부가 노조설립신고 반려로 뒤통수를 친 것과 거의 유사한 일이 또 발생한 셈이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악의 “폭과 속도”에 불만족을 표시했지만 일단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상향과 관련해서는 “연금 포플리즘”, “국가 재정 파탄” 운운하면서 분명하게 반대했다. 또, 행정자치부는 4월 24일 비상총회를 이유로 공무원노조 간부 3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개악 추진 방식을 놓고 여야 합의 존중 모양새를 취하기 위해 청와대와 긴장을 빚기도 했지만,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명기에서 계속 물러서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50퍼센트가 지고지선의 숫자는 아니다”고 말하더니 최근에는 “실리를 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먹튀’를 정당화했다.

청와대·여야 등 지배자들은 하나같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후는 안중에도 없고 공무원연금 개악을 당연시하고 있다. 지켜보는 공무원 노동자들로선 분통 터질 일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분명해지면서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의 책임이 크다. 5월 2일 이충재 집행부가 조직적 결정을 어기고 개악안에 “직권조인”했기 때문이다. 이충재 위원장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합의안에 대한 압도적 거부와 여러 지부장들과 현장 간부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부딪치자 “책임 지고 사퇴하겠다”고 해 놓고 그 뒤 사퇴 선언을 번복했다. 공무원노조 본부장단은 지난 15일 이충재 집행부가 “민주노조[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했고, 사퇴 번복으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다시금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런데도 이충재 집행부는 공무원연금을 양보한 것 못지 않게 다른 많은 것을 얻었다고 강변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이번 여야 합의안 중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기구에 공무원노조가 참가하게 돼 법외노조임에도 교섭권을 갖게 됐다는 점을 커다란 성과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번 개악안이 “자기들의 팔다리가 잘리는 합의”(〈공무원U신문〉)였다고 할 정도인데, 교섭권과 공무원연금 개악을 맞바꾼 게 성과라고 할 수는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섭권이란 말인가?

사상 최대 개악안에 직권조인한 지도부를 사퇴시키고 새로운 투쟁 지도부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조승진

총투표

한편 이충재 위원장은 개악안을 ‘조합원들에게 물어 보겠다’며 5월 30일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개악안 찬반을 묻는 총투표를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5월 28일 공무원연금 개악안 통과를 앞두고 투쟁은 전혀 조직하지 않은 채 대의원대회 소집을 예고하다니, 속셈이 뻔하다.

개악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합원들이 실의에 빠지면 투표 용지를 돌리며 개악안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조합원 총투표는 노동조합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직권조인을 정당화하려는 술책일 뿐이다.

개악 저지의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기는커녕 조합원들을 절망과 자포자기로 몰아넣은 다음 의견을 묻겠다는 것은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노조 집행부의 개악안 합의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무엇보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공무원연금 개악안 본회의 통과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기정사실화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를 두고 “확정치냐 목표치냐” 하며 말장난하는 주류 양당에 맞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자 노후에는 아무런 관심 없는 주류 양당에 맞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해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투쟁 목표를 재천명해야 한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투쟁을 포기한 이충재 위원장과 김성광 사무처장은 하루 빨리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본부장단은 단지 지도부 사퇴만 요구할 게 아니라 개악 저지 투쟁 조직에 나서야 한다.

지금 공무원노조 내 일부 지부장들과 활동가들은 5월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모아내기 위해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설사 개악안 통과를 저지하지 못할지라도 공무원연금 개악에 공무원 노동자들이 합의한 게 아니라는 것,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서도 공무원연금을 사수하는 게 옳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도 공무원노조 내 활동가들은 마지막까지 투쟁 조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고 5월 28일 국회 앞 집회가 실질적인 연대 집회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