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분쟁:
제국주의 간 경쟁이 동아시아를 더욱 불안정에 빠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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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짓고 있는 인공섬들을 겨냥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려고 곳곳에 인공섬 7곳을 건설해 왔다.
이에 미국은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 해리 해리스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모래장성을 쌓고 있다”며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맹비난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비난 수위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러다가 5월 22일 부통령 조 바이든까지 나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적으로 행동함으로써 항행의 자유와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미국은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해 두려움 없이 일어설 것이다”고 말해, 중국의 인공섬 건설에 적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그저 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인공섬을 겨냥한 위험한 행동도 하고 있다. 4월 말 미군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과 함께 1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 훈련을 진행했다.
5월 11일 미국 포트워스함이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중에 한 곳인 융수자오 인근에서 해상 순찰을 하다가 중국 군함과 조우했다. 5월 12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국방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12해리 안까지 해군 정찰기와 함정을 들여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 20일에는 미군이 해군 초계기를 같은 지역에 정찰 비행을 보냈다. 이때 중국군은 미 해군 초계기를 향해 8차례나 경고 방송을 보냈다.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5월 30일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 중 하나에서 무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것이 “이동식 대포 2기”라고 보도했다. 중국군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중국은 인공섬을 ‘불침항모’로 만들고자 하기 때문에, 활주로 건설과 레이더 기지 배치 등 인공섬의 군사화를 계속 진행할 것이다.
“모래장성”
왜 남중국해에서 제국주의 간 갈등이 계속될까? 우선, 남중국해 해저에 묻혀 있는 막대한 자원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경쟁이 있다. 남중국해에는 석유 2백30억 톤과 천연가스 7천5백 세제곱킬로미터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이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물러서지 않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말라카 해협에서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역은 한 해 세계 상선의 3분의 1이 통행한다.
또한 남중국해 주변은 미국·중국·일본 등 강대국들의 경제적 이익이 상호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예컨대 일본은 부품 등을 동남아로 수출하고 동남아 국가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분업 구조를 형성해 왔다. 중국도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관계가 깊어져 왔다.
수출 위주로 성장해 온 중국은 이 바다를 미국이 장악해 온 점이 불만이었다. 중국의 석유 수입과 공산품 수·출입의 대부분이 이 바다를 지나야 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은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싶어 했고, 이를 위해 유사시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려 애써 왔다.
또한 남중국해는 중국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 계획(아시아, 유럽 등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 계획)” 가운데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적극 견제하려고 애써 왔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아시아에 군사력 배치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의 부상에 불안감을 느끼는 동남아 국가들을 끌어당기려고 노력했다.
지난 4월 말 미국은 일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에서 지리적 제약을 없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 초 일본은 필리핀과 남중국해에서 해상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필리핀에 레이더 기술과 해상자위대의 P3C 초계기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5월 25일 일본 방위상 나가타니 겐은 이렇게 말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군과 협조해 미군의 경계·감시 활동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그리고 일본 아베 정부는 조만간 안보 관련 법안들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따른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처럼 미국·일본의 견제와 중국의 맞대응은 앞으로 남중국해 등지에서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최근 중국이 인공섬 건설에 박차를 가한 것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26일 중국은 국방백서를 내면서 육·해·공군의 작전 범위를 넓히고 해양 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이전보다 공세적인 군사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도 7월에 호주와 태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기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미국·일본·중국 등이 치열하게 벌이는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부다. 이 경쟁 때문에 남중국해 등지에서 계속 긴장이 쌓여 왔다. 동남아 국가들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 치열한 군비 경쟁에 뛰어들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 미국·일본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충돌이라는 도박을 감행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긴장이 쌓여 가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방공구역을 선포해 긴장이 순식간에 고조될 수도 있다. 또한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그리고 그 충돌 때문에 긴장이 더 커질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박근혜는 대미·대일 군사 협력 중단하라
6월 3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니얼 러셀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데 한국도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 것이다.
아마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이런 요구를 아예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에게도 한미 동맹을 통해 남중국해를 지나는 석유 수입선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과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의 하나로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를 포함시켰는데, 이때 한국 국방부 정책실장은 역내 안보환경의 사례로 남·동중국해 분쟁을 꼽은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4년 만에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하는 등 한·미·일 삼각 동맹의 강화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논란이 돼 온 사드(THAAD) 배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국은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은 6월 3일 사정거리 5백 킬로미터 이상의 탄도미사일(현무-ⅡB 개량형)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신형 미사일은 올해 말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일본과 중국 간의 제국주의 갈등이 커지면서, 서해(한반도) – 동중국해 –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지역은 위험한 발화점이 돼 왔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대미·대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력 강화에 나설수록, 그만큼 동아시아 전체와 한반도가 위험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