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면세점 입찰:
안에서는 노동자 쥐어짜고, “사회 환원” 운운하는 건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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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이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입찰에 뛰어들었다. 세종호텔은 호텔 1~3층의 공간에 면세점을 설치·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가파르게 성장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계획을 내놓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호텔과 면세점을 함께 운영하는 롯데의 면세점 매출이 호텔의 네 곱절을 넘는다는 점을 볼 때, 세종호텔도 이런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종호텔 사장 최승구는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가하며 "영업이익의 10퍼센트를 각종 구제구휼과 자선사업 등 기부금을 낼 것"을 선언했다. 이외에도 "[세종대에] 지원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면세점업을 발전시킬 계획",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온갖 장미빛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안에서는 노동자 쥐어짜기에 혈안이 된 자가 “사회 환원” 운운하는 건 완전한 위선이다.
최승구는 면세점 설립을 위해 “2백80억 원 가량만 투자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사측은 지난 2년 동안 '회사가 어렵다’며 전체 노동자 임금을 동결하고, 연봉제를 확대해 계장급 이상의 노동자 임금을 20~30퍼센트 삭감했다.
또, 오래 일한 노동자들을 강제 퇴출시키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왔다. 지난해에는 친 사측 노조와 협의해 계약직 노동자가 일정 기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항을 단협에서 아예 삭제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한편, 사측은 이런 노동자 쥐어짜기에 걸림돌이 되는 세종호텔노조를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특히, 생소하거나 신설된 부서로 조합원들을 강제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괴롭혔다. 올해 초 김상진 세종호텔노조 전 위원장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입사 이후 23년 동안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업무인 웨이터로 발령이 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세종호텔노조는 이에 굴하지 않고 3년째 매주 목요일마다 호텔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또, 올해 4월부터는 매일 호텔 앞에서 사측의 행태를 알리는 팻말 시위도 하고 있다.
그러자 사측은 정당한 항의 행동조차 틀어 막으려고 사측 비판 팻말 문구 사용 금지, 음향 75데시벨 제한 등의 내용으로 영업 방해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지금도 사측은 매일 팻말 시위를 캠코더로 찍고 데시벨 측정을 하는 등 온갖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세종호텔 사측이 “사회 환원”, “상생”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가?
최근 면세점 현장 실사가 있던 날, 한 사측 관리자는 세종호텔노조에 실사를 하는 동안 팻말 시위를 접으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저들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이 중요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2014년 특1급 호텔이 되고 겉모습은 더 화려해졌지만, 알맹이를 채우고 가꿔야 하는 노동자들의 속은 썩어 간”다며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더 나은 특1급 호텔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면세점 설치 · 운영 계획으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고용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면세점이 설치될 1~3층은 현재 식음료 영업장과 객실 일부가 있는데,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 수십 명이 구조조정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세종호텔 사측은 면세점 사업권을 위한 "사회 환원" 운운하기 전에 노동자 쥐어짜기와 공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