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교육 예산도 삭감하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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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이 교육 삭감 공격을 예고했다. 5월 13일 열린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계획을 제출했다. 골자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들이 부담하도록 떠넘기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며, 교원 증원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미 박근혜 정권은 2015년 지방교육재정 예산을 1조 5천억 원 삭감했다. 지방교육재정을 축소해 재정 위기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정부 예산 대비 교육 예산 비율은 2014년 현재 16.4퍼센트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동시에 진보 교육감들을 통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린 듯하다.
박근혜는 지방교육재정을 삭감해 놓고는 어이없게도 자신의 대선 공약 이행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안겨 버렸다.
박근혜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가 ‘0~5세 보육과 유아 교육의 국가완전책임제’였다. 이 중 어린이집 보육 부담료(2조 원가량)를 지방교육청이 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은 교육(행정)기관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보육 기관인 어린이집에는 사용할 수 없다.
박근혜의 뻔뻔한 교육 삭감 공격 때문에 6백99만 유초중고생이 1인당 48만 9천 원(2014년)의 교육 기회를 빼앗겼다.
이미 잘 알고 있는바, 박근혜는 국회 논의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해 시행령을 통해 2조 원을 지방교육청에 떠안겼다.
현행법상 영유아 보육 예산은 보건복지부가 관할토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교육부 소관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유아교육법 등의 시행령을 사용했다. 모법(母法)인 영유아보육법 위반이자 타법의 위임 범위도 침해한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식 ‘법치주의’다!
구조조정
누리과정 예산 편성 등 때문에 지방교육재정이 악화되자, 정부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고 교원 증원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교육재정이 부족하니 학교와 교직원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교육재정 교부금 배분 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을 확대하는 반면, 학교 수 비중은 줄여 학교 통폐합을 가속화하려 한다. 학생 수에 따라 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교육부 방식은 농어촌에서 예산을 빼내 도시에 더 주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농산어촌 교육은 이미 진행되는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도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도서 벽지의 교원 정원 감축은 농산어촌 교육 배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지금도 면 단위 이하 소규모 학교는 전공 교사가 없어 ‘상치 교사’(중고교에서 전공과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와 ‘순회 교사’가 늘고 있다.
희망 뺏기
또,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를 위해 교원 증원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2016년 교사 선발 예정 인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16년 초등교사 선발 예정 인원(4천9백39명)은 2015년(6천5백59명)보다 25퍼센트나 감소한다.
입만 열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박근혜는 정작 예비교사들의 희망을 앗아 갈 궁리를 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준다고 교육재정과 교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박근혜 자신의 대선 공약이 사기였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는 “2017년까지 교원 충원을 통해 학급 당 학생 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의 학급 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5.2명, 중학교 33.4명으로 OECD 평균 각각 21.3명, 23.5명보다 훨씬 많다(OECD가 발표한 Education at a Glance, 2012년). 따라서 교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한편, 박근혜는 정규직 교원들의 반발을 피하고자 기간제 교사를 대량 해고하는 식으로 교원 정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치기’ 하려는 속셈이다.
이미 지난해 12월에 경기도에서 그 예고편이 등장한 바 있다. 이재정 경기 교육감이 지방교육재정 부족을 이유로 학교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대거 해고됐다.
전교조는 정부의 ‘갈라치기’ 공격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교원 정원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교육예산 삭감이 아니라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가 재원이 부족하고,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감소해 소요 비용이 줄었기 때문에 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적 교육 논리인 수익자 부담 원칙에 크게 의존해 왔다. 정부 부담 비율은 낮고 민간 부담 비율이 높다. 한국의 초·중등·대학 전체 교육비 지출에서 민간 부담 비율은 2.8퍼센트로 OECD 국가 평균(0.9퍼센트)보다 3배 이상 높다. 반면, 정부 부담 비율은 4.8퍼센트로 OECD 평균(5.4퍼센트)보다 낮다.
박근혜는 대선 때 ‘학급 당 학생 수 OECD 상위 수준으로 감축,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도 공교육에 대한 국가 부담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한 공교육비인 지방재정교부금을 줄일 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내국세의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높여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과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제때 교육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그 학생들은 영원히 교육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진정한 ‘교육 수익자’라 할 수 있는 기업주들의 증세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진보 교육감들의 동요와 후퇴
박근혜가 막무가내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자, 김승환 전북 교육감을 제외한 나머지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대란’을 우려해 타협했다. 그러나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보육의 국가 책임을 흐리는 부적절한 후퇴였다.
예산을 무기로 진보 교육감을 길들이려는 박근혜에 굴복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수세적 후퇴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진보 교육감들의 교육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우파의 총애를 얻고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시킨 것도 이런 공세의 일환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방교육청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며 교육재정을 삭감하려 한다. 이들은 이미 2009년에도 교육세법(지방교육재정의 주요 재원 중 하나)을 폐지하려 한 바 있다. 따라서 진보 교육감들이 ‘현실’의 압력을 수용해 한 발 두 발 후퇴하면, 사람들이 진보 교육감이 왜 필요한지를 묻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지금까지 김승환 전북 교육감만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재정 파탄 극복과 교육재정 확대 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이 주도하는 전북도의회가 김승환 교육감에 예산 편성을 압박하고 있다. 그 뒤에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있다. 지난해 말 정부·여당의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에 동의해 준 자들답다.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기 위해 내놓은 공약 뒤치다꺼리를 왜 전라북도 초중고 학생들과 도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으로 하느냐는 것이다.”(6월 16일자 운동본부 성명서)
진보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논란에서 보육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보증하는 지방채 발행은 결국 지방교육청이 갚아야 하는 빚이므로 미봉책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방채 발행을 통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 같은 편법 예산 편성도 무원칙한 태도다.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과교육재정 확대 촉구 서명’에 동참합시다
‘교육재정 파탄 극복과 교육재정 확대 국민운동본부’가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과 교육재정 확대 촉구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의 주요 요구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 중단과 어린이집 보육료 정부 부담, 교사 정원 감축과 작은 학교 통폐합 중단, 지방교육재정 교부율 내국세 비중 확대다.
이 서명은 6∼7월에 진행되며,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 http://goo.gl/forms/pKVQk1d8Z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