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6월 24일 노동자연대가 발표한 성명이다.
6월 22일 박근혜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 놓”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사실상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를 잊고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총리 아베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약간의 ‘상징적’ 제스처만 취한다면, 박근혜가 한·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미 주일 한국대사 유흥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전제가 아니다” 하며 연내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50년 전, 박정희는 미국의 요구와 한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굴욕적인 한·일 국교정상화를 강행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탄압했다.
그때 이래 한국 지배자들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래로 가자’고 강변해 왔다. 한국 지배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반감보다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본 축적을 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아베가 8월에 발표할 담화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명백한 사죄와 반성이 들어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위안부 할머니와 일본 군사대국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는 외면한 채 정상회담을 하려 한다.
박근혜의 이런 태도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은 과거사 문제는 적당히 봉합하고 한·일 간의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해 왔다. 중국을 견제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오바마·아베·박근혜가 한·일 관계의 ‘개선’으로 만들 ‘미래’는 평화와 정의를 바라는 사람들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와 완전히 정반대다. 일본 아베 정권은 미국의 지지 속에 군사대국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박근혜 정부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도 한·미·일 삼각 동맹을 위한 한·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시사한 아베와의 정상회담이 가리키는 방향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성 증대를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킬 확률이 높다.
우리가 박근혜의 대일 정책을 규탄하고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반대해야 하는 까닭이다.
2015년 6월 24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