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삼각 동맹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내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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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박근혜는 주한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 놓”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기가 막히게도, 박근혜한테 위안부 문제 해결은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에 불과한 것이다.
이날 일본 총리 아베도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 거기서 아베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 강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다”며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조했다.
이처럼, “과거사 청산 수위 및 방식에 대한 이견은 남아 있지만, [한·일 양국 정부가] ‘미래로 가자’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그리고 ‘미래로 가자’는 미국 정부가 정확히 바라는 바였다.
최근 아베 정부는 군국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왔다. 그래서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전선에서 선봉장을 자임해 왔다. 이를 위해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해석 개헌’을 감행했다. 그리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한 데 이어, 위헌 논란 속에서 안보 관련 법제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
아베는 일본 국민 다수가 안보 관련 법제 개정을 반대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일본 자위대가 이번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근거로 한반도에 군사개입을 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것도 무시한다.
따라서 아베한테 과거사 문제는 자국이 제국주의적 행동을 하는 데 걸림돌일 뿐이다. 지난 4월 미국 방문 때 아베는 위안부 문제를 개인들 간의 “인신매매”쯤으로 취급하며 일본 국가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과거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연설에서 아베는 일본이 그동안 동아시아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변했다. 올해 8월 담화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방미 당시 아베의 언행만 봐도 그 담화에 담길 내용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된다.
박근혜는 왜?
바로 이 와중에 박근혜는 아베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실, 한국의 역대 통치자들은 모두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일본 지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한국이 일본과 긴밀한 연관 속에서 경제를 성장시켜 온 데다가 한·미·일 삼각동맹 때문에 한국 지배자들과 일본 지배자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50년 전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는 거센 반대 목소리를 짓밟고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맺었다. 그 이후에도 한국의 역대 정부들은 한·일 관계에 대해 과거를 덮고 ‘미래로 가자’고 말해 왔다.
결국 박근혜도 한국 지배계급의 이익과 한·미·일 삼각동맹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오랜 염원을 저버렸다.
박근혜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했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은 수출 상품에 필요한 많은 중간재와 자본재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고, 한국에 들어오는 전체 외국인 투자 가운데 일본의 투자가 미국 다음으로 많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함께 진출하는 사례도 많다(전경련 이슈페이퍼, “韓日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경제협력 성과와 과제”, 2014년).
무엇보다 군사 동맹 문제가 있다. 물론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간 긴장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도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과의 긴밀해진 경제 관계 때문에 한국 지배계급의 처지가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조처들을 지지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에 협력해 한국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안보적 이익도 얻으려는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압하려고 노골적으로 일본의 등을 밀어 주고 있다. 과거사 왜곡마저 두둔하면서 미국은 일본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 대일 군사 협력도 강화하라고 촉구해 왔다.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요소”(미국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한국의 안보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도 강조해 왔다. 지난 4월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은 이렇게 주장했다.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이 한반도 안보를 여러 중요한 측면에서 강화할 것이며 그 어떤 새로운 리스크는 없을 것[이다.]”(〈중앙일보〉, 4월 24일)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력에 협력하는 한, 한·일 간의 군사 협력 강화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여론의 반발 등을 의식해 지금까지 한일 정상회담을 미뤄 왔을 뿐,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계속 진전시켜 왔다. 예컨대 4월 중순에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가 열렸고, 연이어 한·미·일 3자 국방회의(DTT)도 있었다. DTT에서 한국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지지를 나타냈고, 외교차관 회의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남중국해
박근혜는 미뤄 온 한·일 정상회담마저 추진할 것 같다. 유흥수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전제가 아니”라며 연내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스기야마 신스케도 일본 정부가 올해 9월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올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이 지지하는 한·일 간의 군사 협력 문제는 더 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 문제가 그렇다. 지난 6월 3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니얼 러셀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는 일본의 군사 활동이 활발하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 속에서 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변국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자위대의 남중국해 순찰 가능성도 거론하는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한국이 일본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셈이다.
한·일 간의 군사협정 문제도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는 점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 일본 정부가 주장해 왔다. 그래서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한·일 군사협정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박근혜·오바마·아베가 열려는 ‘미래’는 우리가 바라는 평화로운 미래와 정반대다. 그들이 가리키는 쪽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불안정을 더욱 악화하는 방향이다. 박근혜의 대일 정책을 규탄하고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