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최저임금: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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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시한을 넘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 측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을 시급 1만 원, 월급 2백9만 원으로 인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 측은 9년째 동결을 고집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노동자의 생활 안정”(최저임금법 제1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시급 5천5백80원)으로는 “생활 안정”은커녕 미혼 노동자 1명의 생계비도 충당할 수 없다. 당연히 가족 부양은 꿈도 꾸기 어렵다.
게다가 이마저도 못 받는 노동자가 지난해 기준으로 2백27만 명이나 된다. 노동자 8명 중 1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미달자는 57만 1천 명이나 늘었다. 심지어 공공행정 부문에서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13만 명이나 된다. 이 때문에 한국은 OECD에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둘째로 높다.
“아들이 치킨 사달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쿵 합니다. 그거 1만 2천 원밖에 안 하죠. 그런데 살기 팍팍하니까 그런 돈도 아끼게 되는 거죠.”
“지금 버는 돈으로는 생활하기가 너무 빠듯합니다. 숨이 막혀요. 한 달에 몇 만 원이라도 저축하면서, 공과금 안 밀리면서 살고 싶어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사용자 위원들은 “우리 나라는 최저임금이 높다”고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사용자 위원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올해 1인 최저생계비가 61만 원이라는 근거를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이 최저생계비에서 주거비로 책정된 돈은 겨우 매월 10만 원이다. 대체 10만 원으로 어떻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너희가 이 돈으로 살아 봐라” 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다.
또, 사용자 측은 올해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사용자 위원들은 “도소매업, 운수업, 음식숙박업 등 특정 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 지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업종 핑계를 대 최저임금을 깎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임금의 하한선이다. 업종별로 임금이 차이가 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최저임금보다 높아야 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지불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법을 어기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서조차 차별을 받아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 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부터 최저임금 결정 단위로 시급과 함께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월급 병기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주휴수당[일주일에 하루를 유급휴가로 하는 것]을 잘 알리자는 취지다. 사용자들이 법을 어기고 주휴수당을 떼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측은 이전 회의를 퇴장하고 불참하면서까지 월급 병기를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법조차 지키지 않으려고 떼 쓴다는 비난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도 사용자 측과 한통속이다.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최저임금을 갑자기 너무 많이 올리면 전체 고용 총량을 감소시키는 문제가 있다”면서 사용자 측의 억지 주장을 편들었다. 그러나 OECD도 최저임금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이론적·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구직에 나서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6월 25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사측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최경환이 “가계 소득 확충”, “비정규직 처우 개선”, “최저임금 대폭 인상”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뒤통수마저 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올해 초부터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를 걸고 투쟁을 조직해 왔다. 최저임금 1만 원은 4월 24일 파업의 주요 요구이기도 했다. 6월 16~27일에는 전국을 순회하며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를 알리는 “장그래대행진” 캠페인을 벌였다. 민주노총이 조직한 최저임금 1만 원 서명에는 18만 명이 동참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가족이 있는 삶’, ‘문화가 있는 삶’, ‘빚지지 않는 삶’, ‘저축이 있는 삶’, ‘보금자리가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4백만 명이 넘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고령의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의로운 요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