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설치 확대와 수사 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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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가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한 방범용 폐쇄회로TV(CCTV)가 서울시내 22개 자치구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10월 31일 경찰청이 각 지방경찰청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방범용 무인카메라 설치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함으로써,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CCTV 감시 하에 놓일 처지가 됐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감시사회의 모습이 현실이 될까 오싹한 기분이 든다.
CCTV 설치 찬성론자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2002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강남지역 CCTV 덕분에 5대 범죄 발생률이 37퍼센트 감소해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가 실제로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
1988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사무총국은 세계 주요국의 주요 범죄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 발생률이 한국 2.0건, 미국 7.4건, 영국 2.75건이었다. 2백50만 대의 CCTV를 설치하고 있는 영국이 한국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영국 내무부는 2002년에 발행한 보고서에서 감시카메라의 효과가 가로등 하나를 추가 설치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히려 CCTV에 기록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억울한 사람이 누명을 쓸 수 있다. 특히 수사 관행상 CCTV에 촬영된 자료는 결정적 단서라는 인식이 큰 만큼 CCTV 자료가 정확하게 기록되지 않았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심각하다.
2002년 말 CCTV 관리 소홀로 화면에 기록된 시간과 실제 시간 사이에 10분의 차이가 생겨 한 학생이 도둑으로 몰린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강남 주민의 83.4퍼센트가 CCTV 설치를 찬성했듯이 주민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구의 여론조사는 문제가 많았다. 우선, 현재 강남구에는 약 56만여 명이 살고 있는데, 총 2백37명만이 조사에 응했고 2백11명이 찬성한 것이다. 강남구청은 4만 5천 명의 리스트를 추출해 이 가운데 5천 명에게만 설문지를 돌렸다.
또, 설문지에서는 떼강도사건 관련기사를 소개한 뒤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국민의 초상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무인 단속장비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범죄 예방 효과조차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불특정 다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는 CCTV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려는 데는 분명 국가가 사회를 감시·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CCTV의 천국 영국에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도심 테러에 고심하던 198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무인카메라가 설치됐다.
그러나 범죄와 더불어 CCTV 설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성매매·불법 이민·테러 등은 국가 감시체제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대당 1천7백만 원이 드는 CCTV 설치비용을 범죄 발생의 원인인 빈곤 해소와 사회복지 향상에 쓰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