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부시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를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교토 의정서는 지구 온난화를 낳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2년까지 1992년 수준에서 5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최소한의 개선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부시의 이번 선언으로 전세계 환경·사회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과 그린피스를 포함한 전 세계 환경단체들은 부시의 교토의정서 파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미국 석유업계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주유소, 공장, 자동차 등에서 발생한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질은 이산화탄소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4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2퍼센트나 차지하고 있다.
부시가 교토의정서를 파기한 것은 바로 돈 때문이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미국 경제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협약 준수를 거부했다.
그 동안 미국 기업들은 기후변화회담에서 자국 정부나 의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들에게 끊임없이 로비를 해 왔다. 가장 악명 높은 조직인 ‘지구기후연대’ ― 거대 석유·석탄·자동차 산업들과 주요 에너지 관련 산업들로 구성됐다 ― 는 지난 1997년 미국 상원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반대하는결의안을 95대 0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부시 자신이 텍사스 석유 재벌 출신이며, 그의 측근들도 석유업계와 핵 관련 업계 등 에너지 관련 산업 요직 출신들이 많다. 부통령 딕 체니는 1995년부터 세계 최대 석유시추사 홀리버튼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내무부 장관 게일 노턴은 텍사스와 워싱턴에서 영향력 있는 법률회사 애킨스 소속 변호사로 있으면서 반환경적 활동을 펼쳤던 자다.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와 공화당의 가장 큰 정치자금줄은 거대 석유 그룹 엔론의 회장 케네스 레이였다. 이 자는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 재무장관 또는 에너지 장관 후보로 손꼽혔다. 부시와 딕 체니는 기후협약에 반대하는 대기업들 ― 에너지 산업계와 찬핵 조직 ― 로부터 47만 달러의 선거 자금을 받았다.
부시의 환경 파괴 전력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악명높다. 1994년 연방정부가 텍사스 지역 내에서만 생존하는 몇몇 희귀 동물에 대해 연방정부 멸종 위기종 보호법을 적용하려 했을 때 부시는 이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텍사스 주 스네이크 강 하류에 댐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의 요구도 묵살했다.
또, 다른 주에서 핵폐기물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2천5백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텍사스 주 내에 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 시설을 건설하려고도 했다. 이 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취소됐다.
부시는 집권하자마자 노골적인 환경 파괴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토 의정서 폐기 선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핵 발전소와 화력 발전소를 다시 증설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부시 정부의 환경 정책 후퇴는 지구상에 더 커다란 환경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