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청년 일자리 정책: 나쁘거나 쓸모없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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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7월 27일 민·관 합동으로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 이에 대한 화답으로 삼성, 현대, SK, 롯데 등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겠다는 일자리는 대부분 직접 고용이 아닌 인턴이나 직무교육이다. 일부 기업은 기존 채용 인원까지 포함시켜, 숫자를 뻥튀기하기도 했다. 생색내기와 얄팍한 숫자놀음으로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농락한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내놓은 청년 고용 종합대책의 실체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의 청년 고용 종합대책도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전혀 진정한 대책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이 대책은 청년 고용을 빌미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 민영화 등을 합리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정부가 만들겠다는 일자리 대부분이 저질 일자리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20만 개 중 7만 5천 개). 나머지는 인턴, 직업훈련, 일학습병행제 등 장차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주는 것일 뿐이다. 이는 기업이 헐값에 청년·학생을 맘껏 착취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청년인턴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은 청년 인턴에게 1백5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만 주는 기업도 수백 곳이다(은수미 의원실). 게다가 신규 일자리에는 시간제 일자리, 기존 일자리 결원시 대체인력 등도 포함돼 있다.
둘째, 기존 노동자 임금 삭감(임금피크제), 서비스 산업 민영화 정책 등이 청년 고용 정책으로 둔갑돼 있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기업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온갖 정책들을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소개한다.
정부는 신규 일자리 중 절반 이상(3만 8천 개)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반드시 늘려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동안 인건비를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늘려 온 기업주들이 과연 임금피크제로 줄인 지출을 온전히 청년 고용에 쓸까? 정부는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한편, 그 돈의 일부만 줘도 되는 저질 일자리를 늘려, 기업주들에게 같은 값에 두 명을 부려먹고도 남는 일석이조 기회를 주려 한다. 이를 위해 사악하게도 청년들의 고통을 기존 노동자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서비스 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분야 경제 활성화 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했다. 이 법안들은 공공서비스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처를 담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추진 법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과 아무 관계 없다. 이 경우에도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명분으로 더 많은 대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하는 것이다. 이익은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자본가들이 챙길 것이다.
셋째, 정부는 청년 고용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한다. 인력 수급에 “미스 매치”(부조화)가 있다며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기업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취업률을 기준으로 평가를 강화해 하위권 대학을 퇴출시키고, 산업 수요와 직결되지 않는 학과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조처는 자본가들의 이윤 창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으로 취급돼 공격받고 있는 학문을 더 빠르게 고사시킬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학문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다. 또, 교수·강사들의 경쟁도 강화될 것이다.
넷째, 몇 가지 개선으로 보이는 대책조차 실효성이 없다. 여전히 청년고용대책에 끼어 있는 해외 취업과 창업은 청년들에게 이제는 냉소를 머금게 한다.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정원의 3퍼센트를 청년에게 할당하도록 한 청년고용특별법의 기한 연장도 실효성이 적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25퍼센트가 넘는 공공기관들이 이를 어겼다.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라
청년들이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것은 정부와 기업주들의 책임이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위해 기존 노동자, 청년 가릴 것 없이 외주화, 비정규직 등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아 왔다. 이들이 고통받는 동안 기업주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쌓아올렸다. 수백조 원에 이르는 기업 사내유보금과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업저축 규모가 이를 보여 준다. 정부는 이처럼 대기업들이 저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줬다. 정부 자신이 비정규직을 늘려 온 주범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파견을 확대하고 기간제 사용 기한을 늘리려 한다.
따라서 정부에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국가는 청년들을 고용할 능력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주화 등으로 불안정해진 일자리를 원청이 책임지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요구하며 싸우는 것은 더 광범한 청년과 노동계급을 단결시킬 수 있는 초점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공공서비스가 매우 취약한 나라다. 한국 정부의 공공서비스 지출은 OECD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국가부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요구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도 이어져 있다. 즉,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면서도 대중에게도 도움이 되는 대안이다.
이간질
기업들에게 감면해 준 법인세를 늘리고, 부유층에 과세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면해 준 법인세만 원상회복시켜도 매년 십조 원 가량의 재원이 마련된다.
임금삭감·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받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노동시간(연간 2천1백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2006년 프랑스에선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인 CPE(최초고용계약법)를 청년·학생과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철회시킨 경험이 있다. CPE 정책은 26세 미만의 청년 노동자들을 고용 후 2년 동안 사전 통지나 보상 없이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든 법이었다. 이 조처는 신자유주의로 고통받아 온 프랑스 청년들을 격분하게 만들었고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점거 물결을 일었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호소했고, 거리 항의 시위와 결합된 노동자들의 파업은 두 달 만에 정부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청년·학생들의 항의와 노동자들의 이윤 창출 중단이 결합된다면, 정부의 공격을 막고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이간질을 거슬러 청년과 노동자가 오히려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대학 마르크스주의 포럼
청년 실업 ― 기성세대 정규직의 기득권 때문인가?
일시: 2015년 9월 14일 저녁 7시 30분 (날짜가 16일에서 14일로 바뀌었습니다)
연사: 박한솔(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김종현(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장소: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백양관 S111호
주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문의: 010-5443-2395(문자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