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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10월 4일 우익의 대규모 시위와 21일 헌재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을 계기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구 세력의 중심이고, 열린우리당은 동요하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이 물음에 대한 우려스러운 첫 답변은 11월 1일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된 공계진 사무부총장의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한 대응’ 문서였다. 그는 열린우리당과의 “대승적 협력” 필요성을 피력했다.
“당은 수구 세력과의 투쟁으로 ‘열린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 발전의 견지에서 ‘개혁 입법의 현실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대승적 행보를 해야 할 것임.”
그의 주장에는 “역사적인 사건[이자] 발전”인 열린우리당의 ‘보안법 폐지 형법 보완’이 우파의 공세 때문에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초조감과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도 그 문서의 “표현은 과하지만 전략 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했다(〈오마이뉴스〉 11월 5일치).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한 화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발자욱도 전진할 수 없다는 위기감”(www.kdlp.org) 때문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한나라당과 우익은 너무 끔찍하고, 열린우리당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면 한나라당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의 “대승적 협력”을 통해 “열린[우리]당의 ‘우향우’를 저지하고 ‘좌향좌’ 방향 유지를 견인”해야 한다는 공계진 부총장의 주장은 현실 정치의 시험대를 통과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모순된 계급 기반 때문에 그 당의 정책은 늘 혼란스럽고 갈팡질팡한다. 피억압 대중을 붙잡기 위해 민주노동당과 ‘공조’하기도 하지만, 자본가 계급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에게 추파를 던지기도 하는 등 쉼없이 동요한다.
열린우리당의 개혁적 강령은 언제나 문서로만 존재했다. 열린우리당은 노동자 대중을 위한 진지한 사회개혁을 이룬 적도, 그렇게 할 능력도 없다.
자본가 계급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증권 시장, 언론, 고위 관료, 사법부 등 권력의 요새들이 그들의 손 안에 있다.
게다가 경제 위기의 심화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노동자 대중에게 새로운 개혁들을 제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한때 주었던 것조차 빼앗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비정규직 법안 개악을 보라.
따라서 우파의 반동 앞에서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항복하고 대중을 배신하는 것은 결코 우연적이거나 일시적인 이유 탓이 아니다.
10·31 지자체 보궐 선거 패배는 시작일 뿐이다. 열린우리당의 위기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우파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 때문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이른바 “대승적 협력”론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옷자락에 매달리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불성실한 동맹(이른바 ‘2중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자기패배적인 모토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세력 균형을 두 주요 정당의 지배로부터 우리 운동 쪽으로 옮겨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임박한 산업 전선의 전투는 이를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다.
노동자 저항은 노무현 정부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세력 균형의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파의 준동에 대한 대중적 반감 때문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3.3퍼센트 하락했다(〈내일신문〉 11월 9일치).
11월 5일 민주노동당 전국 지역 대표자 연석회의는 정부의 노동자 운동 탄압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장 강력한 대정부, 대여당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화되는 사회적 위기는 대담하고 단호한 행동을 요구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를 행동으로 증명하면서 정치적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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