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대회 ― 여성 차별 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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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7일에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린다. 그 동안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스코리아 대회는 45회째를 맞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며 자라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매년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리는 것은 지구가 1년에 한 번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미스코리아 대회 옹호자는 미인대회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반대하는 것은 흔히 못 생긴 여자의 질투쯤으로 치부된다.
인류 역사에서 미적 가치가 인간이 추구해 온 한 가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인가?’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제시하는 획일적인 기준에 들어맞지 않았다.
미에 대한 기준은 사회마다 시대마다 달랐다. 예를 들어,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마른 몸은 추한 것으로 간주됐다. 야윈 몸이 가난과 낮은 계급을 상징했기 때문에, 부유층 여성들은 살이 빠질까 봐 주로 칼로리가 아주 높은 음식물을 섭취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을 그가 가진 개성과 인격을 무시하고 단순히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이 온당한 일일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과 성격보다 외모가 우선시된다. 거의 벌거벗은 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앵무새같이 대답하는 미인대회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성적 대상일 뿐이다.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상품 판매에 여성의 몸을 이용함에 따라 여성의 몸은 갈수록 소외되고 있다. 각종 대중매체는 대다수 여성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얼굴과 몸을 갖출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어릴 적부터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린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성형 수술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해로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인대회는 여성을 짓누르는 성차별적 관념을 강화한다.
이런 성차별주의는 단지 관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여직원 채용시 ‘용모 단정’을 버젓이 내걸고 있다. 임금과 승진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보는 성차별 관념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미인대회는 '순수한 미의 축전'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성차별주의자들의 축전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일보는 협찬료와 광고료 등으로 10억 가량을 벌어들인다. 방송사들은 대회를 중계하고 막대한 광고 수입을 얻고 협찬 기업은 제품 광고 효과를 누린다.
이런 상업주의 분위기 속에서 미인대회 입상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미스코리아 왕관은 숱한 사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단번에 돈과 출세를 거머쥘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와도 같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미인 대회에 출전하고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수십 가지에 이르는 심사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성형과 미용에 엄청난 시간과 돈이 투자된다.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에 출전하려면 적어도 7백만 원∼2천5백만 원은 쏟아부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미인 대회 출전자뿐 아니라 대회 출전을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대`다수 여성들을 소외시킨다.
이것은 특히 노동계급 여성에게 모욕적이다. 형편없는 임금과 과로에 시달리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어떻게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를 갖출 수 있겠는가?
여성의 신체를 부위별로 샅샅이 살펴보고 점수를 매기는 가축품평회 같은 미스코리아 대회는 폐지돼야 한다.
이 따위 성차별 대회를 후원하느라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 공식 실업자만 1백만 명이 넘는 지금, 각 지방자치 단체가 미스코리아 대회 예선에 수백∼수천만 원씩 지원하는 미친 짓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