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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탈북자 진상조사단’ 결과 발표에 부쳐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체포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탈북자 8천 명을 북송했다.
법적 처벌 또는 박해를 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은 명백한 비인도적 처사다.
유엔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일지라도 분명히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2년 제54차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송환시 처벌을 받게 될 사유가 확실한 사람들을 본국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관련 국가들에 촉구”했다.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 재중 이북경제유민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은 중국 정부의 강제 송환 방침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이북이 주권에 따라 중국 정부와 처리할 일”이지 우리가 끼어들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80퍼센트가 노동자와 실업자인 탈북자들의 인권과 전 세계 난민 신청자들의 인권을 옹호할 자격이 충분히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은 북한 국경을 넘어 중국에 온 사람들은 “탈북자가 아니라 경제 유민”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모든 탈북자들이 경제 유민이라고 치자. 그렇다 해도 강제 송환은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탈북자들은 언제든 중국 경찰에 잡혀갈 수 있는 불법 처지이기 때문에 “경제 유민”으로서의 목적도 성취하기 어렵다.
탈북자들은 중국인의 30∼50퍼센트의 임금을 받고, 불법 신세를 악용한 사용자들에 의해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를 당하기 일쑤이고, 여성들은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탈북자가 아니라 경제 유민”이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자기 나라로 유입된 외국인에게 난민 지위를 주고 싶지 않은 미국과 영국 정부 등이 즐겨 쓰는 수법과 똑같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경제 유민이라는 점을 난민 판정 탈락 사유로 이용한다면, 중국은 탈북자들에게 아예 난민 신청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탈북자들 중에 1951년 난민 협약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난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중국은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 기회를 아예 봉쇄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경제 유민이든 아니든 그들이 원한다면 난민 지위와 제3국행 선택의 자유를 인정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정치적 박해만이 아니라 굶주림도 보호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다.
이것은 “심각한 국제분쟁”을 일으키고 “이북과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난민·탈북자·이주노동자 들이 원하는 곳에 가서 살 권리를 옹호하는 국제주의 원칙이다.
남한행을 선택한 탈북자들이 브로커들에게 돈을 뜯기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남한 거주 탈북자의 72퍼센트가 남한에 올 때 대가를 지불했다고 말했다.
정착금이라고는 고작 2천여 만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을 입국 비용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분기별로 나눠 받게 돼 있는 정착지원금 통장을 브로커에게 맡기고 일부 현금을 한꺼번에 받는 일명 ‘통장깡’을 해 이 돈을 마련하곤 한다.
남한 입국 과정에 브로커들이 꼬이는 것은 제3국행을 포함한 난민 신청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제3국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돈을 노리는 남한 입국 주선 브로커들이 들끓게 되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모두 이런 것은 아니다.)
브로커에 의한 탈북자 피해를 막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언제든 제3국행을 포함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통장깡’을 하는 탈북자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은 탈북자들만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이 제시한 해법도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최규엽 진상조사단장은 “정착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기획 입탈북의 결정적 조건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정착지원금 자체가 탈북자를 유혹, 탈북을 조장한다는 얘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착지원금을 줄이거나 없애라는 얘긴지 씁쓸할 뿐이다. 탈북자 정착지원금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미 50퍼센트나 삭감된 바 있다. 그 결과 탈북자들의 처지는 점점 악화돼 왔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 탈북자의 78퍼센트가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이고, 40.8퍼센트가 실업 상태다.
만약 최규엽 진상조사단장 주장대로 현금이 아닌 방식(현금 대용 상환권)으로 정착지원금이 지급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온갖 차별과 편견 어린 눈초리에 상처받아 온 탈북자들은 더욱 고통받게 될 것이다.
현금 대용 상환권을 내밀면 탈북자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것이고, 어떤 가게에서는 아예 상환권을 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가게는 상환권 사용자들을 따로 줄 세우려 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이미 영국 정착 난민들에게 일어났고, 차별에 항의하는 오랜 투쟁 끝에 상환권 사용이 중단됐다. 민주노동당 진상조사단은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이것을 다시 주워오려 하는가?
미국과 남한 정부는 탈북자 수용소를 몽골 또는 제3국에 짓겠다고 한다. 탈북자들을 자기 나라에 데려와 정착을 지원하지 않고, 어느 한 곳에 집어처넣어 두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탈북자들에게 수용소 밖은 강제 송환의 위험이 도사리는 위험한 정글이고, 수용소 안은 열악하고 희망 없는 반(半)감옥이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도, 제3국 수용소에 갇혀 사는 것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다면 남한에 정착해 남한 국민의 평균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정착 지원금 증액을 남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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